10월 서울 빌라 경매 1268건으로 폭증…17년만에 가장 많아

아파트 경매도 7년 5개월 만에 가장 많아

‘신규 유입은 늘어나는 데 낙찰은 안돼’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 1. 지난달 24일 서울남부지법 경매1계. 빌라(다세대 및 연립주택) 119채가 나와 경매를 진행했다. 18일에도 이 법원 경매11계에선 빌라 110채가 무더기로 나왔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25일엔 경매5계에서 89채의 빌라가 경매를 진행했다. 요즘 서울남부지법에선 경매법정이 열릴 때마다 100채 전후 빌라 물건이 쏟아지고 있다.

# 2. 지난달 24일 서울중앙지법 경매 21계. 20채의 아파트가 경매에 나왔다. 이 법원에서 진행되는 경매에 아파트는 보통 하루 10채가 되지 못하는데 이날은 두 배 이상 많았다. 경매물건 중엔 강남구, 서초구, 동작구, 중구 등 인기 지역 아파트도 있었지만 단 3채만 낙찰됐다.

경매시장에 주택이 쏟아지고 있다. 아파트는 물론 빌라, 주거용 오피스텔 등 유찰 건수가 늘고, 새로 들어오는 물건이 많아지면서 경매 대상 주택은 매달 폭증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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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부지방법원에 매각 공고가 붙어 있다. [헤럴드DB]

1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0월 한 달간 법원에서 경매를 진행한 서울 빌라는 1268건으로, 전달(908건)보다 39.6%(360건) 급증했다. 2006년 5월(1475건) 이후 17년5개월 만에 가장 많은 서울 빌라 경매 진행 건수다.

빌라 경매가 급증한 건 경기도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법원에 등장한 경기도 빌라는 859건으로, 역시 경매시장에 물건이 크게 늘었던 2006년 12월(1007건) 이후 가장 많았다.

빌라 경매물건이 급증하고 있는 건 ‘깡통전세(전세보증금이 매매가를 웃도는 주택)’ 및 전세사기 우려 등으로 매매시장에서 빌라가 외면받고 있어서다. 깡통전세, 전세사기 문제로 세입자가 집주인을 상대로 강제 경매를 하는 경우가 늘면서 경매물건이 쌓이고 있다.

주거시설 중 가장 인기가 많은 아파트 경매물건 수도 급증세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건수는 238건으로, 2016년 5월(291건) 이후 7년5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같은 달 경기도 아파트 경매 건수는 592건으로, 2015년 6월(652건)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빌라처럼 아파트도 매매시장에서 거래가 크게 줄면서 물건이 쌓이는 상황이다.

아파트나 빌라의 대체주거 수단 역할을 해온 주거용 오피스텔도 경매시장에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10월에만 187건의 서울 지역 주거용 오피스텔에 대한 경매가 진행됐는데 2006년 4월(202건) 이후 17년6개월 내 가장 많은 것이다.

경기도 오피스텔도 경매시장에 많아졌다. 지난달 146건의 경기도 주거용 오피스텔 경매가 진행됐다. 2013년 2월(163건) 이후 최다 물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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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밀집지역 모습. [연합]

시장전문가들은 올해 경매시장엔 주택 물건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전망한다. 매매시장에 거래량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매매시장에서 주택거래량이 많지 않고, 금리가 오르면 경매시장에 물건이 쌓인다.

2021년 7월 0.5%에 불과했던 기준금리가 올해 3.5%까지 올랐는데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연 7% 수준까지 뛴 상황이다. 2019년, 2020년 무리한 대출을 통해 집을 산 주택 보유자들은 원리금 상환 압박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수억원대의 무리한 대출을 일으켰다 원리금을 연체한 주택 보유자들이 늘면서 채권자들이 담보로 잡은 주택을 경매에 넘기면 경매물건이 늘어난다.

경매시장에 주택 경매물건이 늘고 있지만 인기는 별로 없다. 10채 중 1~2채 수준만 낙찰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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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서울 빌라 낙찰률(경매 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은 10.6%로, 전달(14%)보다 더 떨어졌다. 경기 빌라 낙찰률도 15.5%로, 역시 10%대를 기록했다.

2020년 70~80% 수준의 낙찰률을 기록하며 큰 인기를 누리던 서울 아파트의 낙찰률은 지난달 26.5%까지 빠졌다. 10채 중 7~8채 수준에서 낙찰되던 것이 요즘엔 2~3채밖에 낙찰이 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같은 시기 경기도와 인천 아파트 낙찰률도 39.5%, 39.1%를 각각 기록해 40% 밑으로 떨어졌다.

주거시설 중 낙찰률이 가장 낮은 건 주거용 오피스텔이다. 지난달 서울 주거용 오피스텔 낙찰률은 9.6%를 기록하면서 10% 밑으로 떨어졌다. 10건 중 1건도 낙찰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경기도(13.7%)와 인천(16%) 오피스텔 낙찰률도 10%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주거시설의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전반적으로 소폭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 아파트와 빌라 낙찰가율은 각각 86.7%, 81.2%로, 모두 전월보다 1%포인트 정도 수준으로 올랐다. 경기도 아파트와 빌라 낙찰가율도 85.2%, 75.4%로, 모두 전월보다 뛰었다.

경매시장에 물건이 늘어나고 낙찰률이 떨어지는데 낙찰가율이 오르는 건 양극화 현상 때문이다. 아파트는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여전히 낙찰가율 100% 이상인 사례가 나오고, 빌라는 재개발이나 신통계획구역, 도심지역 등의 물건에 사람들이 몰려 평균 낙찰가율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매매시장 침체가 계속되는 만큼 경매시장에 주택 물건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경매시장에서 인기 지역 주택을 살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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