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김경률 출마’ 발언 논란에
이재명, 예비후보 검증 결과 반발에
[헤럴드경제=이승환·김진 기자] 여야가 4월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공천 심사를 시작하기 전부터 ‘공천 잡음‘에 시달리고 있다. 여의도 정치에 처음 발을 들인지 한 달째가 되고 있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로소 ’정치력 시험대‘에 직면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피습 사건 후 당무 복귀 이틀째를 맞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해묵은 계파갈등의 연장선에서 ‘공천 갈등’으로 인한 당 분열을 막을 묘안이 시급한 처지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시스템 공천의 기준을 발표한 다음날인 17일, 한 위원장이 전략공천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면서 공천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한 위원장이 전날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비대위원의 마포을 출마를 ‘깜짝 발표’를 하자 곧바로 마포을 당협위원장인 김성동 전 의원이 강하게 반발을 하면서다. 김 전 의원은 19대 총선부터 마포을 당협위원장을 지낸 인물로, 한 위원장의 발표 직후 김 전 의원과 지역 당원 일부는 ‘낙하산’이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김 전 의원은 헤럴드경제에 “당으로부터, 당사자인 김 위원으로부터 사전에 전혀 들은 바가 없었다”며 “(지역 당원들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격앙돼 있다. 경우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 위원장이 사실상 마포을 전략공천을 시사한 김 위원은 ‘조국흑서(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의 저자로, 민주당 비판에 앞장 선 인물이다.
한 위원장은 “김경률 회계사는 진영과 무관하게 공정과 정의를 위해 평생 싸워왔다”며 “그 김경률이 이 마포에서 정청래와 붙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소개했다. 김 위원의 출마 배경에는 전날 한 위원장의 설득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단상에 오른 김 위원은 “어제 밤에 여러 이야기들이 오갔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김 위원에 대한 발언이 논란으로 번지자 ‘조기 진화’을 위해 애쓰는 분위기다. 한 위원장은 신년인사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공천은 시스템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 내에선 물밑 교통정리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한 원외당협위원장은 통화에서 “적어도 사전에 전달을 하거나, 경선을 전제로 한 발언이라는 설명이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수도권, 특히 서울에서 성적(지지율)이 안 좋으니 ‘판을 흔들겠다’는 지도부의 생각이 있는 것 같다”며 “총선 승리라는 대의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이번 일은 사전 절차나 예우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공천관리위원회 업무의 전 단계인‘ 예비후보자 검증’에서부터 당내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예비후보 적격심사 결과를 놓고서 ‘공천 농단’이라는 비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사실상 이 대표의 독단적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문제의식을 깔고 있다.
비명계 측은 성 비위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인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이 후보 자격을 얻은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원외 강성 친명계로 분류되는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성희롱성 발언 논란으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욕설·막말 전력이 있는 정봉주 전 의원은 공천 적격 판정을 받고 버티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실제 정 전 의원은 자신의 성 추문 의혹을 거론하며 공천 받아선 안 된다고 발언한 같은 당 박용진 의원의 주장에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겠다며 맞불을 놨다.
정 전 의원은 전날 CBS 라디오에서 "(내가) 왜 불출마하나"라며 "(박 의원을 상대로)법적 대응을 할 것이다. 상대 후보 낙선 목적의 허위 사실 공표는 형벌이 세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공천 잡음은 탈당 움직임으로도 이어지는 분위기다. ‘이재명 체제’에 반기를 들며 이낙연 전 대표와 현역 의원 일부가 탈당한 상황에서 공천 문제로 인한 추가 탈당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친문(친문재인)계 전병헌 전 의원은 자신이 공천 부적격 판정을 받은 게 불공정하다며 탈당을 시사하고 있다. 현재 이 대표는 ‘피습 복귀’ 첫 일성으로 ‘공정한 공천’을 다짐하는 원론적인 발언을 했을 뿐 예비후보자 검증 논란에 대해 침묵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