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김기현·안철수, 두 손 든 ‘윤심 압박’
한동훈은 방어벽, 공천권·명분·지지율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국민의힘 당 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과 김기현 의원은 사실상 대표직을 반납했다. 당 대표직에 도전하려던 유승민 전 의원, 나경원 전 의원, 안철수 의원은 ‘중도 포기’했다.
이 과정에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관측은 정치권 상식으로 통한다. 국민의힘 당내 권력지형이 바뀔 때마다 판을 좌지우지하는 요인이 ‘윤심(尹心)’이었다는 것이다.
현재 당권을 쥐고 있는 한동훈 위원장과 윤 대통령의 최근 갈등 양상도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일단 버텼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사천 논란’으로 촉발된 ‘윤·한 갈등’의 본질은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 대응에 대한 대통령실과 한 위원장의 이견이라는 관측이 많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뜻이라는 점을 내비치며 한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고, 한 위원장인 이를 거부하며 자신의 임기를 ‘총선 이후까지’라고 못 박았다.
이어 이번 사태가 윤 대통령의 부당한 당무개입 논란으로 번질 조짐이 감지되자, ‘윤·한 갈등’이 빠르게 봉합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대통령실이 먼저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해법 찾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고, 한 위원장은 예정된 일정을 변경하며 서천시장 화재현장을 방문한 윤 대통령의 동선을 함께 했다.
정치권에서는 과거와 다르게 이른바 ‘윤심 압박’이 통하지 않은 이번 사태의 배경을 두고 다양한 정치적 해석이 나온다. 우선 공천권이다. 4-10 총선의 공천 심사가 시작된 마당에 사실상 공천권을 쥐고 있는 한 위원장에 대립각을 세울 의원은 많지 않다. 이전과 다르게 대통령실의 윤심 압박을 적극적으로 지원사격하는 의원들이 눈에 띄게 줄어든 이유로 풀이된다.
명분도 한 위원장 쪽으로 기운다. 이번 사태의 본질로 거론되는 ‘김건희 리스크’의 경우 특검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한 위원장은 ‘명품 백’의 본질이 ‘몰카 공작’이자 ‘함정 취재’였으며 김 여사는 피해자라는 대통령실의 인식에 공감하면서도 ‘명품 백’ 논란을 어떤 방식으로든 스스로 해결하는 자정능력을 보여야 한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결국 방어에만 급급한 대통령실보다 국민 상식을 반영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한 위원장의 입장으로 국민적 지지가 모이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 위원장의 ‘정치적 위상’이 이번 사태의 흐름을 결정짓는 요인이었다는 분석이 많다. 현재 한 위원장은 여권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올라선 상태다. 향후 정치 행보를 위해서도 2인자가 아닌 ‘본인 정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 위원장은 2022년 6월 한국결럽 조사에서 4%의 선호도로 처음 등장한 뒤 올해 1월 2주 차 조사에서 22%의 선호도를 얻으며 최고치 갱신과 동시에 대권주자 1위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1%P 차로 바짝 추격했다. 반면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의 경우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5월 51%에서 7월 32%로 급락한 뒤, 현재까지 30% 초·중반 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