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위기 없다고 하지만…건설사 신용등급 줄하향
공공요금·유류세 등 하반기 물가도 안심할 수 없어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총선 이후 경제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그간 억눌렀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부터 물가 상방압력까지 한번에 분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설사가 무너지면서 경기한파가 시작되고, 공공요금 인상·유류세 정상화 등으로 하반기 물가까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 내수부진과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일어나면 경기 관리는 매우 어려워진다.
10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신용등급, 또는 향후 신용등급 조정 방향을 뜻하는 등급전망을 현재보다 강등한 건설사(신용등급 BBB- 이상)는 GS건설·신세계건설·한신공영·대보건설 등 총 4곳으로 집계됐다.
이중 GS건설의 경우 한신평뿐 아니라 나이스신용평가 역시 지난 2월 신용등급을 기존의 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강등했다. 한국기업평가도 지난해 연말 일찌감치 신용등급을 내렸다. 국내 3대 신평사로부터 모두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것이다.
신세계건설도 지난달 한신평과 한기평으로부터 신용등급이 기존의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한신공영도 지난 2월 한신평과 한기평에 의해 신용 등급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아졌다. 현재 이 회사는 한신평과 한기평으로부터 각각 BBB-, BBB 신용등급을 부여받고 있다.
한신평은 대보건설에 대해서도 신용등급 BBB-를 유지하면서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건설사 신용도 저하는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들어가는 비용 부담을 키워 자금 조달력을 약화시킨다. 시장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PF대출 연체율과 대출잔액은 가파르게 증가한 상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금융권 부동산PF 대출 잔액은 135조6000억원으로 작년 9월 말(134조3000억원) 대비 1조400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금융권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은 2.42%에서 2.70%로 0.28%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말(1.19%) 대비로는 1.51%포인트 급등한 것이다.
PF에 대한 우려가 식지 않은 상황에서 하반기 물가도 안정세를 기대하긴 쉽지 않다. 상반기 공공요금 동결 기조가 대표적이다. 공공요금을 상반기 억눌렀기 때문에 하반기 상방압력이 자연스레 올라갔다.
3월 전기·가스·수도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4.9% 상승했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지난해 28.1%와 비교하면 낮다. 기저효과도 있지만 정부가 공공요금을 동결한 때문이기도 하다.
2분기에도 비슷하거나 소폭 낮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전력공사는 지난달 21일 오는 2분기(4∼6월)에 적용될 전기요금을 현 수준에서 묶었다. 2분기 적용 연료비조정단가를 현재와 같은 킬로와트시(kWh)당 현재와 같은 5원으로 적용했다.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도 따로 인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동결이 가능할지, 또 동결을 하는 것이 맞는 선택인지는 다른 문제다. 인위적으로 가격을 억제해 값이 싼 전기를 공급하면서 한전에 막대한 적자가 쌓였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 에너지가격 상승기에 저렴한 전기를 공급하면서 한전엔 이미 43조원의 누적 적자가 발생했다.
유류세 인하도 하반기 물가 불안 요인 중 하나다. 언젠가 정상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2월 말 종료 예정이었던 유류세 인하 조치를 이달 말까지로 2개월 연장했다. 총선 이후로 유류세 인하를 미룬 것이다. 이달말에도 추가 연장을 할 수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18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국제유가 불안이 지속된다면 유류세 인하를 올해 4월 이후에도 추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하반기에도 유류세 인하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인하가 계속될수록 재정에 미치는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유류세 인하 조치로 줄어든 세수는 16조원에 달했다. 지속 가능한 물가 억제 정책이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로 물가가 쉽게 잡히지 않을 것이란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한국은행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3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보다 0.2%포인트 오른 3.2%를 기록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해 10∼11월 3.4%에서 12월 3.2%, 1∼2월 3.0%를 기록하는 등 점차 낮아지다가 3월 반등했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이와 관련 “농산물 등 체감물가가 상승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면서도 “국제유가 오름세,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 가능성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