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만 최소 12명… 경찰, 공범 등 수사 확대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서울대에서 ‘n번방 사건’과 유사한 디지털 성범죄가 발생해 경찰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가해 남성은 서울대 후배 여학생들의 얼굴 사진을 합성해 음란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가해자와 피해자는 모두 서울대 출신으로 전해졌다.
20일 MBC 보도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이날 허위영상물 제작 및 유포 등 혐의로 서울대 출신 40대 남성 박모 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여학생들의 얼굴 사진을 합성한 음란물을 만들어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 수만 20여명에 이르는데, 이들 중 12명은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여성 중 한 명인 A씨는 영화예매 정보를 얻기 위해 휴대폰에 텔레그램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했는데, 이 텔레그램을 통해 A씨의 얼굴이 합성된 수십 장의 음란 사진과 동영상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A씨는 같은 학과에 똑같은 피해자들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이에 피해 여성들은 직접 가해자를 찾기 위해 노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음란물 합성에 이용된 사진이 메신저의 프로필 사진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공통으로 저장된 연락처에 박씨가 겹치는 것을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는 서울대를 10년 이상 다니면서 피해자들을 알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 여성 중 12명은 경찰에 박씨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경찰은 6개월 뒤 “수사 단서가 발견되지 않았고, 포렌식으로도 관련 데이터가 나오지 않았다”며 박씨에 대해 무혐의 처리했다. 피해 여성들은 검찰에도 이의신청을 했지만 기각됐다. 그 와중에 박씨는 버젓이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피해자들은 마지막으로 법원을 찾아 해당 사건을 재판에 넘겨달라며 재정신청을 했다. 그 결과, 법원은 해당 사건을 재판에 넘기는 것이 타당하다며 수사기관의 판단을 뒤집었다.
결국 올해 박씨에 대한 재판이 열렸고 경찰도 재수사에 착수하면서 지난달 3일을 박씨를 체포했다. 경찰은 박씨 외에도 범행에 관여한 공범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