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채상병 특검법 ‘찬성’ 의사…다섯 번째 이탈표
“이탈표 10개 넘으면 22대 국회에 분위기 반영될 것”
“총선 때부터 ‘대파 발언’·‘이종섭 사태’ 방어만” 비판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채상병 특검법 표결을 앞둔 28일 이탈표를 던지겠다는 국민의힘 의원이 늘어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10번의 거부권 행사가 이뤄졌지만,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재표결에 찬성표를 행사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내지도부 표 단속에도 어수선한 분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당내에서는 이번 재표결이 ‘미리보는 22대 국회’ 모습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근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검법 찬성 의사를 밝혔다. 앞서 공개적으로 찬성 의사를 밝힌 김웅, 유의동, 안철수, 최재형 의원에 이어 다섯 번째다.
김 의원은 전날 원내지도부에게 찬성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김 의원은 “정부여당은 채상병 사건의 과정 속에서 유족을 진정으로 위로하지 못했다. 국민을 납득시키지 못했다”며 “이런 배경 아래 특검법이 발의되고 대통령께서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신 이상 저는 채상병 특검법에 찬성 투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총선 패배라는 현실도 자각하지 못하고 우리가 추구하던 공정과 상식의 가치와 이상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우리 또한 비판했던 더불어민주당의 내로남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결국 제2의 문재인과 조국에 당당히 대항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채상병 사건이 ‘특검법’으로 번진 데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론도 언급됐다. 김 의원은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임성근 전 사단장이 혐의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 윤 대통령의 입김 때문이라는 의혹이 있다는 질문에 “특검이 통과되어 진행된다면 밝혀 볼 만한 사항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의혹이 있다는 것 자체가 특검이 필요한 명분 중 하나”라고 답했다. 그는 윤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얼마나 무거운지 직접 경험해본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 이해할 수는 없다”면서도 “왜 국민들께서 처음에 당신을 대통령으로 만들 수 있게 됐는지, 그리고 너무 치열한 정국 운영 상황 속에서 돌아보지 못한 것이 있다면 한 번쯤 돌아보는 계기를 가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현실적으로 채상병 특검법이 통과되기는 어렵다. 윤관석 의원을 제외한 296명 재적의원이 모두 본회의에 참석할 경우 17표 이상의 이탈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 지도부에서는 22대 국회에서도 거부권 정국이 계속된다는 점, 그리고 22대 국회에서는 ‘8표’의 이탈표로도 재의결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의 이탈표 규모가 22대 국회 분위기를 좌우한다고 보고 있다. 원내지도부 의원은 “채상병 특검법 자체는 부결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민주당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냈다’는 식으로 여론전에 나서는 것은 계속 우리당을 흔들다보면 언젠가는 분열하겠지 싶은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또다른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22대 국회도 뻔하지 않냐. 국민의힘은 또 끌려다닐 것이고 민주당은 용산(대통령실)으로 향하지 않겠냐”며 “21대 거부권 재표결 표단속을 내내 잘 해왔지만 이번에 이탈표가 10표 이상 나오면 22대 국회에도 그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낙선·낙천한 의원들 중심으로 막판 설득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천 과정에서 지역구 재배치 등으로 당과 갈등을 빚은 일부 의원들의 본회의 참석 여부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가 3년차에 접어든 것도 주목하는 부분이다. 정치권에서는 정부의 당 장악력이 4년차부터 약화한다고 보는데 올해가 지나면 표 단속이 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올해는 총선이 있었고 공천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당이 윤석열 정부 관련 문제에 똘똘 뭉쳤다”며 “22대 국회가 시작하는 마당에 의원들이 마음에 걸릴 만한 것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이 여당임에도 ‘어젠다’조차 던지지 못한다는 내부 비판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채상병 특검법은 되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키운 것”이라며 “윤 대통령을 방어하기 급급할 것이 아니라 한 발 치고 나가야 했다. 총선 때부터 대파 이슈, 이종섭 사태 등 문제를 막는데 바빴지 여당이 내세운 어젠다가 하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