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1주일 만에 241만원 벌었네요”, “10일 동안 300만원 벌었습니다”
한 때 배달 기사들 사이에선 자신의 수입을 ‘인증’하는 글이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다. 코로나19가 절정이던 시기에 배달 플랫폼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기사들도 마음만 먹으면 배달 횟수를 늘려 고소득을 올리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고생한 만큼, 수입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같은 배달 고소득도 이제 옛말이 됐다. 지난해 실제 배달 기사 등 플랫폼 종사자들의 월 평균 수입은 100만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전국 15∼69세 5만명 표본조사를 통해 실시한 ‘2023년 플랫폼 종사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배달·대리기사 등 플랫폼 종사자의 월평균 수입은 월145만2000원으로 나타났다. 작년 플랫폼 종사자들은 평균적으로 한 달에 14.4일, 하루 6.2시간을 일했다.
플랫폼 일자리를 시작한 동기로 ‘더 많은 수입’(36.1%), ‘일하는 시간·날짜를 선택할 수 있어서’(20.9%), ‘직장·조직 생활이 안 맞아서’(10.2%), ‘가사·학업·육아 등 병행 위해’(7.5%) 등을 꼽았다.
지난해 플랫폼 종사자는 88만3000명으로, 전년(79만5000명) 대비 11.1% 증가했다. 2021년엔 66만1000명으로, 플랫폼 종사자는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직종별로는 ‘배달·운전’이 48만5000명으로 가장 많다. 교육·상담 등 ‘전문 서비스’ 14만4000명, 데이터 입력 등 ‘컴퓨터 단순 작업’ 8만7000명 등이다.
전체 종사자 수는 늘었지만 배달·운전 종사자는 전년 대비 5.5% 줄어든 점이 두드러진다. 이는 코로나19 유행이 끝나면서 지난해 배달 플랫폼 사용 증가세가 주춤해진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배달 시장이 급성장했던 코로나19 시기가 끝나고, 최근에는 배달 기사들이 자신의 고수익을 ‘인증’하는 것도 주춤해진 분위기다. 한 배달업계 종사자는 “일부 기사들의 고수입이 모든 배달 기사들의 사례인 것처럼 오인될 수 있어 수입 인증 자체를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다른 배달업계 종사자 역시 “흔히 알려진 고수입은 오전, 오후, 야간까지 근무해야 가능한 수준”이라며 “코로나 시기 배달업 수요가 절정일 때는 전업으로 배달일을 하는 기사들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 때보다는 분위기가 가라앉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