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나날이 인기가 치솟는 해외증권 투자가 환율 상승을 더 빠르게 만들 위험성이 있어 당국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8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자본시장연구원의 이승호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외환 통계 등 실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해외주식·채권 투자가 증가하면 원화 환율 상승에 뚜렷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처럼 강조했다.
이 위원은 해외증권 투자가 2010년 이후 계속 가파르게 우상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시장이 저금리·저성장 기조에 들어서며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 등 고수익 투자처로 몰리기 때문이다.
해외증권 투자잔액은 2015년 2355억달러(한화 324조4742억원)이었다가 작년 8576억달러(1181조4720억원)로 8년 사이 3.6배로 불어났다.
작년 투자 잔액에서 해외 주식이 차지하는 비율은 72.6%에 달했다.
투자 주체별로는 국민연금 등 정부가 작년 투자 잔액의 43%를 차지해 가장 덩치가 컸고 특히 최근 들어서는 개인투자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이 위원은 전했다.
정부를 제외한 민간 국외 투자에서 '개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7.3%에 불과했지만, 작년에는 20% 내외까지 올라갔다.
이 위원은 외국주식·채권의 투자자금 유출입 현황과 환율 등 자료를 토대로 회귀분석(여러 변수의 관계성을 추정하는 통계 분석)을 한 결과 해외증권 투자가 실제 원화 환율의 상승 요인으로 작동하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해외증권 투자는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정책당국은 외환 수요가 증가해 원화 환율의 상승 압력이 나타날 개연성에 유의해야 한다. 특히 최근 고환율 상황에서 해외투자가 환율상승을 가속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환율안정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그는 "당국은 우리나라 경제주체의 해외증권 투자가 효율적으로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투자자 외환 매입이나 환전·해외송금과 관련한 시장 인프라를 점검하고 제도적 개선 사항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은 그러나 해외증권 투자가 긍정적 요인이 많다고 평했다. 국외 금융 자산을 쌓아 안정적 소득수지 흑자에 기여하고, 국내 외화 유동성이 악화할 때 안전판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해외증권 투자는 환율 안정 기능도 있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고 통화정책 완화로 전환하면 원화 환율이 갑자기 떨어질 수 있는데, 해외증권 투자는 이런 '하방 압력'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 위원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