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36주된 태아를 수술하는 과정을 유튜브에 올린 산모와 해당 수술을 집도한 70대 병원장이 살인 혐의로 입건된 가운데, 병원장이 "(수술 당시) 사산된 아이를 꺼냈다"고 주장했다. 모체와 태아를 분리할 당시 태아가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이처럼 집도의가 살인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데다 물증 확보도 어려워 경찰 수사는 난항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산부인과 병원장 A씨는 지난 14일 국민일보에 "수술 당시 산모로부터 아이를 꺼냈을 때 이미 사산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다만 A씨는 "경찰 수사를 받고 있어 언급하기 곤란하다"며 수술 당시의 태아 상태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이 병원의 진료기록부에는 A씨 주장대로 36주된 태아가 사산된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하지만 병원 내부 수술실에는 CCTV가 없어, 진료기록부 만으로 낙태 수술 전에 사망했는지, 낙태 수술로 사망했는지를 명확히 가늠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 달 말과 이달 초 해당 병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12일 "영상을 게시한 유튜버와 수술한 병원 원장을 특정해 피의자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영상을 올린 유튜버는 지방에 거주하는 20대 여성으로, 경찰조사에서 낙태 사실을 인정했다.
수술을 집도한 A씨는 서울 소재 한 유명 의대를 졸업한 뒤 산부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고 수십년간 산부인과를 운영해 왔다. 그는 대한산부인과학회 정회원이자 자신이 졸업한 대학의 외래교수로도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A씨 등에 대해 살인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료계와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현행법상 태아가 모체 밖으로 나왔을 당시에 살아있었다면 살인죄가 성립할 수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술실 내부 CCTV나 의료기록 등 핵심 증거가 없어 살인죄 적용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여성·인권단체들은 '36주 낙태 영상'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모든 책임은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보건의료 체계 구축을 방기한 정부에 있다"고 비판했다.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는 지난 13일 성명을 내고 "처벌은 임신중지 결정을 지연시키고 더 비공식적이고 위험한 임신중지를 만들 뿐"이라며 임신중지를 위한 보건의료체계·정보제공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신중지는 비범죄화 이후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의료비는 부르는 게 값이고 유산유도제는 온라인 암시장을 떠돌고 있다"며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다면 비슷한 일은 또다시 반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