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방방곡곡 특산물 뭐가 있나?
‘제주=흑돼지’ ‘보성=녹차’ ‘상주=곶감’…. 학창 시절 누구나 배웠던 각 지역의 주요 특산물. 정작 이름이나 그림으로만 알고 있고, 실제로 본 이는 많지 않다. 특히 서울,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은 각 지역 특산물보다는 인근에서 재배된 맛에 더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특산물이란 어떤 특정한 자연환경에 의해서 그 지역에서만 나오거나 특별히 많이 생산되는 음식이나 제품을 말한다. 해당 지역에서 나는 특산물은 다른 지역의 재배작물과 달리 독특하고 뛰어난 맛을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겨울에는 스페인의 오렌지, 그리스의 올리브 등 유럽의 특색 있는 음식에 지지 않는 우리나라의 고유한 특산물을 찾아 떠나보자.
▶멀리 가지 않아도… 인천ㆍ경기에서 특산물과 막걸리 한잔=인천 강화도는 ‘순무’가 유명하다. 순무는 강화도의 흙과 해풍, 기온과 만나 맛이 감미롭고 고소한 게 특징이다. 가평에서는 ‘잣막걸리’를 한잔하자. 잣나무는 중부 지방이나 북쪽의 높은 산 등 기온이 낮은 곳에서 잘 자란다. 특히 주변에 산이 많고 강을 끼고 있는 가평은 흙이 비옥하면서 안개가 자주 끼는 터에 70년 이상 된 잣나무가 많다.
▶호두과자로 시작하는 구수한 충청도의 맛=고속도로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본 ‘천안 호두과자’. 호두과자의 원형인 호두는 천안의 대표 특산물이다. 고려 충렬왕 때 원나라 사신으로 갔던 유청신은 호두의 묘목을 가져와 고향인 천안에 심고 이름을 호두라 지은 이후부터 호두는 천안의 특산물이 됐고, 호두와 같은 모양으로 만든 호두과자는 천안을 대표하는 먹을거리가 됐다.
서산의 간월도는 소금으로 간을 한 굴에 고춧가루를 섞어 삭힌 ‘어리굴젓’이 유명하며, 광천은 예로부터 옹암포구에서 새우잡이 배들이 들어와 ‘새우젓’ 장터가 서는 것으로 유명하다.
공주시 정안면에서는 9~10월에 알밤만을 수확해 상품화한 ‘정안 밤’이 유명하다. 정안면은 특유의 사질 토양을 갖고 있으며 물이 잘 빠지고 땅이 비옥해 밤나무가 자라기 적합하다.
▶전라도 맛 기행 없이 미식가라 칭하지 말라=국내 맛집 기행을 하는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전라도는 바다에서 육지까지 다양한 특산물을 자랑한다. ‘영광굴비’는 조기를 소금에 절여 말린 굴비 중 영광의 법성포에서 생산된 굴비로, 4월 중순 알이 꽉 차고 윤기가 돌아 가장 맛있는 시기에 법성포 앞바다를 지나 지역 대표 산물이 됐다.
나주는 ‘배’로 유명하다. 배는 20도 정도의 서늘한 날씨에서 잘 자라는데, 배가 익을 때는 비가 내리지 않고 맑은 날씨가 좋다.
한국은 늦여름~초가을 날씨가 배가 자라는 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광주 ‘무등산 수박’은 산허리에 구덩이를 파고 그 속에 퇴비를 넣은 후 심어 키우는 만큼 유난히 크고 향이 좋은 게 특징이다.
전라도 여수의 돌산이라는 섬에서 나는 갓으로 담근 김치인 ‘돌산 갓김치’는 톡 쏘는 매운맛이 특징이며 시큼하게 익혀야 제맛을 즐길 수 있다.
▶메밀ㆍ배추 등 밭작물의 보고, 강원도=산이 많고 서늘한 강원도에서는 주로 밭작물이 많이 자란다.
평창은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과 함께 ‘대표’ 메밀 산지로 유명하다. 서늘해야 잘 자라는 ‘배추’ 역시 강릉ㆍ정선 등의 대표 특산물이다. 배추는 높은 산이 많은 강원도에서 여름에도 재배할 수 있다. 때문에 강원도에서 자라는 배추를 높을 고(高), 서늘한 냉(冷)을 써 ‘고랭지 배추’라고 부른다.
▶경상도=낙동강을 기대고 있는 경상북도 성주는 1950년대부터 습한 땅이 많은 점을 이용해 ‘수박’과 ‘참외’를 많이 재배했다. 특히 낙동강 너머에 있는 대구 사이에 다리가 놓이면서 수박보다 운송비가 유리한 참외의 재배가 크게 늘었다.
상주 지역의 전통 한과인 곶감은 선물용으로 많이 사용된다. 상주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양의 곶감을 생산하는데 ‘상주 곶감’은 당분 함량이 높을 뿐 아니라 자연 건조시켜 육질이 부드러운 게 특징이다.
밀양은 국내 대표 대추 산지다. ‘밀양 대추’는 과육이 단단하고 색택이 붉다. 또 1년간 장기 저장이 가능하며 세척 후에 자연 건조한 만큼 청결해 간과 장의 보호와 혈액 생성 효과가 탁월하다.
▶제주도=제주도 연안에서 잡히는 ‘옥돔’은 이마가 혹처럼 튀어나와 있으며 광택이 나는 게 특징으로, 살이 단단하면서도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해 조선 시대부터 왕실에 진상됐다. 옥돔은 2~12월이 제철로 가장 맛있다. ‘제주 흑돼지’는 제주도 지역에만 서식하는 재래 돼지의 일종으로, 고기의 질이 우수하고 맛이 좋아 주로 식용으로 사용된다. 제주 서귀포 지역에서는 ‘귤’이 재배된다. 제주도는 우리나라 최남단이고 겨울에도 크게 춥지 않아 귤이 재배되기에 적합하다. 특히 11~12월에 귤이 노랗게 익고 나면 겨울에 맛있는 귤을 맛볼 수 있다.
서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