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내년 4월 25일부터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입법 예고됨에 따라 아파트 시장에 판도변화가 불가피해졌다. 15층 이상 공동주택의 경우 리모델링을 통해 최대 3개층까지 층수를 올리고 기존 가구수의 15%까지 늘려 일반분양할 수 있는 등 사업성이 재건축 못지 않게 향상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법안이 본격 시행되면 재건축(재개발)에 집중됐던 아파트 시장이 리모델링과 재건축으로 양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수직증측 리모델링은 세부 규제안에 따라 사업성 크게 달라지는 등 아직 변수는 있다. 수직증축 리모델링과 재건축간 형평성 논란도 넘어야할 산이다.
▶14층이하 중층 아파트 리모델링은 손해?=정부는 이번에 15층 이상 아파트는 3층 수직증축을 허용하지만 14층 이하 아파트는 2층만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 광장동 워커힐 아파트(13층)나 청담동 현대2차(13층), 둔촌동 현대1차(14층), 현대3차(12층) 등은 2개층 밖에 높이지 못한다. 그럼 2층 밖에 올리지 못하는 이같은 아파트들은 사업성이 나쁠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게 건설업계의 설명이다. 수직증축뿐 아니라 이미 허용된 수평증축(아파트를 앞뒤, 좌우로 넓히는 것)과 별동증축(단지내 빈공간을 활용해 별동 아파트 동을 신축하는 것) 등을 통해 일반분양 가구수를 최대 허용치인 15%까지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사업성이 달라지는 것은 일반분양을 만들어 조합원 분담금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여부인데 다양한 방법으로 단지 설계하면 대부분이 15% 일반분양 물량을 만드는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반시설 분담금 등 리모델링 규제도 강화되나=앞으로 준공된지 15년이 지난 아파트는 리모델링을 통해 가구수를 15% 늘려 일반분양할 수 있다. 하지만 가구수가 늘어나면 도시과밀화가 진행되고 이로 인해 주변 지역은 도로, 상하수도, 공원 등의 기반시설이 부족해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정부는 부족한 도시기반 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기반시설 분단금 등과 같은 각종 세금 부과 및 규제안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일단 사업성에 영향을 미치는 규제안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재건축 아파트처럼 사업이 과열되면 규제안을 마련할 수 있지만 현재는 리모델링을 통한 주택경기 활성화가 시급한 만큼 사업성에 영향을 미칠 어떤 규제안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리모델링을 통해 가구수가 늘어나지만 인구수는 증가하지 않기 때문에 기반시설에 부담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기반시설에 부담을 주는 것은 인구가 늘어나기 때문인데 가구수가 늘어나더라도 전체적인 인구 증가는 미미하다는 게 국토부 시뮬레이션 결과라는 것이다.
▶수직증축 리모델링과 재건축간 형평성 논란은?=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통한 일반분양이 가능해지면서 리모델링과 재건축간 형평성 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유는 이렇다. 내년 4월부터 시행되는 리모델링은 수직증축을 통해 가구수를 15%까지 늘릴 수 있고 이를 일반분양할 수 있다.
반면 재건축은 현행법상 소형평형 의무비율에 기부채납 등의 부담을 갖고 있다. 특히 1대1 재건축의 경우엔 용적률 상향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뿐 아니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은 준공 후 15년이면 가능한 반면 재건축은 통상 40년을 경과해야한다. 중층 아파트 재건축의 경우도 가구수 증가율이 평균 13%인 것으로 조사돼 수직증축 리모델링의 최대 허용치 15%보다 적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수직증축 리모델링과 재건축간 형평성 논란 가능성을 우려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정부는 리모델링에 기반시설 분담금 등 공공부담을 가급적 부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재건축과 형평성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골조를 재활용하는 리모델링엔 어느 정도 혜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시계획법상 용적률 한도에 묶여 가구수를 크게 늘릴 수 없는 재건축추진 아파트들이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리모델링 사업으로 방향 급선회하는 경우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