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현종 기자] 가격거품이 빠지면서 꽁꽁 얼어붙었던 서울 강남구 ‘압구정 로데오길’ 일대 중소형 빌딩 거리가 조금씩 꿈틀대는 등 온기가 돌고 있다. 인근 가로수길에서 매물을 찾던 개인, 법인수요가 로데오길 인근으로 이동하는 현상도 거래증가에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의 분석이다.

28일 빌딩거래정보업체 ㈜알코리아에셋에 따르면 올 초부터 3/4분기까지 압구정 로데오길 반경 700m 이내에 총 10건의 중소형 빌딩(연면적 660∼1500㎡) 거래가 발생했다. 이는 전년동기대비(5건)에 비해 배 늘어난 규모다.

압구정동 로데오길 일대 중소형 빌딩 거래가 활발한 것은 호가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들 빌딩의 매매가는 대지 3.3㎡당 8012만원으로 전년의 9141만원 선보다 14%가량 빠진 상태다. 황종선 알코리아 대표는 “로데오거리 주변 중소형 건물의 현재 매매가는 가격이 고점을 찍었던 2009∼2010년 대비 20%안팎 가량 내려간 상황”이라고 말했다.

‘압구정 로데오’ 중소형 빌딩 “거품 빠지는 중” -copy(o)1

실제 거래된 물건의 등기부등본을 조사한 결과 이 지역 중소형 빌딩의 매매호가는 최고 27%까지 내려갔다. 지하철 압구정로데오역에 인접한 신사동 660번지에 자리한 지하1∼지상 5층 빌딩은 2009년 당시 매맷값이 49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4월 36억원에 팔렸졌다. 4년전 가격과 비교하면 73%수준이다.

나머지 거래 건물들도 3∼4년전에 비해 호가가 9∼15%정도 내린 상태에서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 압구정동 인근 A공인 관계자는 “높은 호가를 ‘자존심’으로 여기던 건물주들이 불황을 못 견디고 속속 매물가격을 조정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인근 가로수길의 중소형 빌딩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로데오길에 매입 수요가 몰리는 것도 이곳 건물 거래 활성화의 한 이유로 꼽았다. 현재 가로수길 인근 중소형 빌딩 거래는 최근 1년간 정체된 상태다. ㈜알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가로수길 일대에서 계약된 중소형 건물은 6건이었지만 올핸 4건으로 줄었다. 반면 3.3㎡당 평균매매가는 7455만원에서 9843만원으로 32%정도 뛰었다.

‘압구정 로데오’ 중소형 빌딩 “거품 빠지는 중” -copy(o)1

사정이 이렇자 가로수길 시세가 부담된 수요자들은 앞다투어 압구정 로데오길 주변의 매물들을 찾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 동대문 인근에 위치한 한 의류업체는 올 초 가로수길 주변에서 50억∼80억원대의 매장 겸 사옥용 빌딩 매입을 계획했으나 최근 지하철 압구정로데오역 주변으로 눈을 돌렸다.

개인 자산가들도 마찬가지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한 50대 투자자는 “100억원 규모의 자금으로 가로수길 인근 건물을 알아봤지만 매물이 없는데다 가격도 너무 비쌌다”며 “압구정 로데오길 주변 시세가 저렴하단 소식을 듣고 로데오길 인근으로 빌딩 매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박재전 성우 공인중개법인 대표는 “가로수길 주변 빌딩 가격이 워낙 비싸다보니 가까운 압구정 로데오길에 관심을 갖는 수요자들은 항상 대기중”이라며 “이곳 빌딩들은 인근지역에 비해 환금성이 좋아 자본차익도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