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품 사업으로 신세계 연 ‘빈이네 자원’

겨울옷 수출제약·값싼 중국산 강세속 남들 기피 중고 가구 틈새시장 발견 헌옷수출 업체들 타격속 나홀로 건재

가전·가구 제품 우수…한류열풍도 한몫 필리핀선 가격 비싸도 한국 중고 선호 현지업체와 연결 AS서비스로 차별화도

쓰레기에서 돈을 낚는 업체가 있다. ‘빈이네 자원’이다. 이곳은 남들이 ‘쓸모없다’고 버린 물건들을 필리핀으로 수출해 월 3000만~4000만원, 연간 최대 4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린다. 순수익도 매출의 절반 이상이나 된다.

고소득의 비결에는 고물에도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프로의식’과, 다른 업체는 생각지 못한 ‘차별점’으로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에 가능했다.

원성호(33) ‘빈이네 자원’ 대표는 재활용품 사업을 하기 위해 쌍둥이 남동생(31)들과 함께 1년간 동네 고물상에서 일했다. 원 대표는 “부모님이 모텔을 운영하셨는데 리모델링 공사 때 인부들이 고철은 고철대로, 문짝은 문짝대로, 비철은 비철대로 모으는 것을 보고 ‘쓰레기가 돈이 될 수 있구나’란 생각을 하게 됐다”며 재활용품업계에 입문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위크엔드] 남이 버린물건 닦고 조여 필리핀으로 수출…‘쓰레기’ 서 돈을 줍다

재활용품업계에 관심의 끈을 놓지 않던 그는 지난 2011년 본격적으로 재활용품 사업을 구상했다. 형제들과 손을 잡았다. ‘그냥 그렇게’ 대충 사업을 시작하고 싶진 않았던 그는 동네 고물상에서 일을 배우기로 했다. 당시 무역학과와 법학과에 재학 중이었던 쌍둥이 동생들도 형의 계획에 적극 따라줬다. 이렇게 삼형제는 1년간 고물상에서 일을 하며 재활용품에 대한 전문지식을 쌓아갔다.

신세계였다. 대부분 사무실ㆍ식당 철거, 가정집 방문 수거를 통해 물건을 수거하게 되는데 물건을 받아오면서도 돈을 주고 오는 게 아닌, 철거비 명목으로 돈을 받아왔다. 철거비로 한 번, 물건 수출로 두 번 돈을 벌게 되는 셈이었다.

돈이 된다는 점도 그랬지만 한 종류의 재활용품이라도 수십 종으로 세분화돼 여기서 가격차가 발생한다는 점이 놀라웠다. 원 대표는 “고철만 해도 신주, 양은, 고철, 동 등으로 세분화된다. 모르면 단순히 고철로 처리할 수밖에 없지만 알면 신주, 양은, 동 등으로 나눠 각기 다른 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아는 만큼 버는 셈”이라며 밝게 웃었다. 1년간 고물상에서 일한 경험은 삼형제에게 재활용품의 매입, 처리, 수출 등 사업 전반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쌓게 되는 자양분이 돼줬다.

2012년 7월 그는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신도시 내 대지 800평 위에 180평과 60평짜리 창고 두 개를 두고 재활용사업을 시작했다. 직원이라곤 삼형제와 부친 등 7명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사업은 초기부터 대박을 터뜨렸다.

대박의 또 다른 비결은 차별성이었다. ‘빈이네 자원’이 취급하는 품목은 헌옷부터 가구ㆍ가전ㆍ장난감, 운동기구ㆍ도자기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쉽게 말해 음식물을 뺀 모든 제품을 다룬다고 보면 된다.

여기에 대박비결이 숨어있다. ‘빈이네 자원’은 다른 업체에서는 취급하지 않는 ‘가구’를 취급하는 것. 원 대표는 “가구는 폐기물로 구분될 뿐만 아니라 이동이 불편하고 운반비 등이 들기 때문에 다른 업체들은 수거하지 않지만 우린 매입한다”고 했다. 예전엔 평생살림살이였던 가구가 최근엔 취향, 디자인 등에 대한 싫증으로 멀쩡하지만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원 대표가 발견한 틈새시장이었다.

그는 하루에 1t차 1대 분량을 수거한다. 봄, 가을 이사철의 경우 수거물량은 2~3배로 늘어난다. 원 대표는 각 지역의 맘스카페를 통한 입소문, 블로그ㆍ카페 운영, 전단지 배포 등을 통해 홍보에도 힘을 기울였다.

이런 비결로 최근 헌옷수출에 집중했던 업체들이 타격을 입었지만 ‘빈이네 자원’은 건재할 수 있었다. 동남아, 아프리카 중심의 헌옷 수출시장은 겨울옷 수출 제약, 값싼 중국산 헌옷 강세 등의 이유로 최근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고 원 대표는 전했다.

반면 가전과 가구는 한국 제품의 우수성뿐만 아니라 한류열풍에 힘입어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는 게 원 대표의 설명이다. 보통 수거한 물품은 세척과 간단한 수리를 거쳐 수출품으로 변신한다. 가구의 경우 스크래치 등 작은 문제일 경우 원 대표가 직접 수리하고 큰 하자가 있을 경우 폐기물로 처리한다. 수출품 선정은 필리핀 바이어가 직접 방문해 선정한다. 보통 95% 이상 필리핀행 배를 타게 된다는 게 원 대표의 설명이다. 한 달 평균 컨테이너 2개 박스 분량을 필리핀으로 보낸다. 컨테이너 1대는 정수기 30~40대, 침대 13~15세트, 장롱(10자 기준) 5~6세트, 식탁 3~4세트, 서랍장 40~50개 등이 한꺼번에 들어가는 크기다.

원 대표는 “필리핀 현지인들이 중고 한국제품이라면 무조건 선호한다. 특히 삼성과 LG를 선호하는데 현지 새 제품보다 가격이 비싸도 한국 중고제품을 산다”며 “여기서 보낸 물건이 하루 만에 70~80%가 소진될 정도”라고 했다. 현지업체와 연결해 AS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것도 ‘빈이네 자원’ 상품의 강점으로 통한다.

사업확장계획이 궁금했다. 원 대표는 “지금은 필리핀 업체 1곳에 물건 대는 것도 모자라 버거운 상태로 수출국을 늘리는 일은 여력이 없다”면서도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특정 재활용품 하나만 전문적으로 수출하는 쪽으로 전문화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황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