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비난하며 게시됐던 ‘양심선언’ 대자보가 훼손돼 논란이다.

지난 20일 밤과 21일 새벽 사이 서강대학교 정하상관 4층에 게시돼 있던 양심선언 대자보가 찢어졌다. 2장 분량의 대자보 중 첫번째 페이지가 절반가량 잘렸으며 두 번째 페이지도 아래 부분이 훼손됐다.

이 대자보는 이 학교 정치외교학과 학생 4명이 함께 작성한 것으로, 서강대 정하상관 등 다섯 건물에 지난 17일 게시됐다.

일부 서강대 학생들은 대자보를 찢은 범인으로 일베 유저들을 의심하고 있다.

대자보를 작성한 정민석(27ㆍ정치외교학과 08학번) 씨는 “일간베스트 사이트에 ‘내가 이 대자보를 찢었고 K관의 대자보도 찢을 것’이라는 글이 있다고 들었다. 이를 보면 일베 유저인 서강대 학생이 찢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범인을 찾아낼 생각은 없다. 새로운 양심선언 대자보를 게재할 때까지 찢어진 대자보를 그대로 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생)찢겨진 ‘양심선언’ 대자보, 일베 유저 소행?

실제로 지난 20일 일베에 올라온 양심선언 대자보 관련 글에는 ‘대자보를 찢으로 가겠다’는 댓글이 4개 정도이다.

한 일베 유저는 “오늘 밤에 저거 찢으러 간다. 예전에도 붙은거 다 찢느라 힘들었는데 요즘 또 저런거 붙냐”고 댓글을 달았다.

이같은 댓글이 알려지자 서강대 학생들은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대자보를 찢는 것은 비상식적인 행동’이라며 일베를 비난하고 있다. 또 이 사이트에는 대자보를 찢는 남성을 직접 봤다는 목격담도 게시됐다.

한 서강대 학생은 “남자 두분이었는데 한 분은 좀 말랐고 한 분은 체구가 좀 있더군요. K관 외부 게시판에 있는 자보부터 담배를 피면서 찢고 있더군요. 웃으면서”라고 목격글을 올렸다.

한편 이 대자보에는 “국가의 정보기관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지 않고 선거에 개입해 자유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하고 헌정질서를 교란한 중대한 사건이다. 따라서 댓글 몇 개가 선거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의 문제가 본질이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막강한 권력을 가진 정보기관의 파렴치한 선거개입 및 자유 민주주의 파괴행위다”라는 내용이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