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김병동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지난 15년 동안 고추를 집중 연구해 오며 고추 유전체 연구의 기틀을 잡고 한국 채소 종자의 분자육종 시대를 앞당겼다.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을 생성하는 유전자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확인하는데 성공한 그는 고추유전자지도 및 색소유전자, 병저항성유전자 등을 찾아낼 수 있는 지표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또, 저서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이중나선 구조의 비밀’에서 ‘꺾쇠호나선 진핵산(FBI DNA)’이라는 새로운 DNA구조를 최초로 발견하고, 전자현미경 사진과 공간 모형을 사용하여 그 특징을 면밀히 서술해 내는, 세계분자유전학적으로도 획기적인 발견을 했다. 이는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DNA 구조에서 새로운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사실로, 복제, 전사, 재조합, 전이 등 구조와 기능의 분자수준 작동원리가 통일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연구 성과다. 또한 지난 15년 간 매진해 온 ‘캡사이신 신세테이즈’ 연구는 캡사이신의 항암, 진통 효능이 입증되면서 예방의학은 물론 종자산업과도 접목돼 신성장동력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욱 인정받고 있다.
즉, 선진국이 곡물 등 규모가 큰 종자산업에 눈을 돌릴 때 김 교수는 고추가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해 집중적으로 연구했고 남들보다 먼저 선점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김 교수는 우수한 학생들이 농업분야에 들어와 최고의 과학기술을 농생명 산업과 연결시켜 국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화학, 분자유전학, 육종학 등 관련 학문들이 통섭하여 원천 과학기술을 창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명실상부 융합의 시대인데 농업에서 특히 많이 필요한 것이 바로 이 통섭이다. 게다가 미래의 먹을거리가 달린 부분이기도 하다. 과거 기간산업에 쏟았던 국가의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