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 직장인 A씨는 지난 10일 새벽 4시30분 ‘띵동’하고 온 문자에 잠이 깼다. 문자내용은 ‘★코.리.아★ 한번 와보시면 알아요 쿠□폰 ★20,000★ [온라인 1등]ktx828.co^^’.
스팸문자메시지였다. 김씨는 “지난달 말부터 부쩍 스팸문자가 늘었다”면서 “시도 때도 없이 오는데, 하루에 두세건은 받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스팸 문자가 또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출은 물론 불법도박관련 문자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전송되고 있다. 지난 1월22일 금융당국의 첫 고객정보 유출 방지대책이 나온 뒤 주춤했던 스팸문자가 증가세다. 문자 전송을 통한 영업금지를 공언했던 정부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나오고 있다.
13일 한국인터넷진흥원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1월 말 주당 72만건까지 치솟았던 스팸문자 신고 건수가 2월 1~3주 평균 28만건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넷째주에는 52만건으로, 배 가까이 급증했다. 정부 관계자는 “신고된 건수는 실제 피해를 당한 사람 등이다. 때문에 실제 발송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팸문자가 갑자기 급증하면서 ‘TM(텔레마케팅)영업이 재개된 탓’, ‘관련 대책을 다룬 신용정보법 국회 통과 불발 탓’, ‘KT 고객정보 유출 사태 탓’ 등 갖가지 추측도 난무하다.
정부는 지난 10일 6개 기관 합동으로 ‘개인정보유출 재발방지 종합대책’을 내놓기까지, 수차례 스팸문자 관련 대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스팸문자를 원천적으로 막기 힘들다”면서 “자칫 과도한 검열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전화번호 조작방지 대책’도 발송처가 휴대폰일 경우 가능하지만 인터넷을 기반을 할 경우 무용지물이다. 또 공공기관 및 금융기관을 사칭한 전화번호는 발송이 제한되지만 이외 번호는 막을 수 없다. ‘스미싱 대응시스템’도 특정문자 걸러내는 방식이라 빠져나갈 구멍도 많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우리가 잡겠다는 것은 스팸문자 전체가 아니라 모집인이 스팸문자로 영업을 하는 걸 막겠다는 것”이라면서 “발송자체를 막을 순 없지만 스팸문자가 신고돼 적발될 경우 모집인이 사실상 퇴출된다는 점에서 문자를 통한 대출영업이 감소될 것으로 보는 것”이라고 했다.
금융감독원의 ‘신속이용정지제도’(불법대부광고에 이용된 전화번호 이용 중지)역시 불법대부업에 국한된다는 점에서 효과가 한계적이라는 분석이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스팸 문자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스팸차단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는 등 개인이 스스로 조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