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내년3월 최악재해 전망 페루, 국토절반 비상사태 선포 美·中도 겨울폭우·스모그 우려 벌써 세계농산물가격 들썩들썩
‘슈퍼 엘니뇨’의 공습이 시작됐다. 세계기상기구(WMO)와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60년 만에 최악의 재해를 가져올 것으로 보이는 슈퍼 엘니뇨가 이달부터 내년 3월 사이에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전세계가 바싹 긴장하고 있다.
페루 정부는 3일(현지시간) 태평양 연안의 바닷가 지역을 중심으로 국토의 절반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올겨울 폭우가 우려된다며 대규모 방제대책을 세웠다. 중국 환경보호부는 지난달 29일 비상회의를 갖고 강력한 엘니뇨로 인한 올 겨울 스모그 대책을 논의했다. ▶관련기사 3면 엘니뇨는 페루 연안의 해수면 온도가 평균 0.5도 이상 상승해 6개월 이상 지속하는 현상을 말한다. 엘니뇨 중에서도 바닷물의 온도가 평년보다 2도 이상 높은 기간이 적어도 3개월 이상 계속되는 경우를 슈퍼 엘니뇨라고 한다. 슈퍼 엘니뇨는 1997∼1998년 이후 18년간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0월21일 해수온도가 2.5도를 넘어섰고 연말로 갈수록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 1998년 당시의 2.8도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사상 최악의 ‘역대급’ 슈퍼 엘니뇨가 맹위를 떨칠 것이라고 얘기가 흘러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성큼 다가온 슈퍼 엘니뇨의 영향으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엘니뇨 관련국들의 가뭄과 식량난, 기근, 성장둔화에다 국제적으로 농산물 가격상승으로 인한 ‘애그플레이션(agflation)’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미 세계 농산물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농산물 가격 급등은 가공식품과 공산품 등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지난 1997~1998년 엘니뇨로 발생한 홍수, 화재, 가뭄 등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3만 명에 달했으며 금전적 손실은 1000억 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우리경제에 미칠 영향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국제 농산물가격 급등에 경제적 파장을 최소화해야 한다. 특히, 이번 엘니뇨가 내년 봄까지는 물론 가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체계적인 물 관리로 가뭄 장기화에 대비가 시급하다. 이상기후에 대비해 기상예측의 정확도도 높여야 한다. 국제금융센터 오정석 국제원자재시장팀장은 “농작물 생산감소 및 애그플레이션 가능성 등에 대비해 선제적 차원에서 농산물 수급상황 및 재고 확보 방안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대우ㆍ배문숙ㆍ원승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