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기존 궤도식장갑차보다 값은 4분의 1 정도로 저렴하고, 속도는 시속 30㎞ 이상 빠르다.”
방위사업청이 7일 차륜형장갑차 개발에 성공했다며 설명한 내용이다. 기존 궤도식장갑차의 최대속력은 시속 약 70㎞인 반면, 차륜형장갑차는 시속 100㎞ 가량의 속력으로 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 군이 운용 중인 K200장갑차 최대 속력은 시속 74㎞, K21장갑차는 시속 70㎞에 불과하다.
생산비용에 대해서도 방사청이 정확히 밝히진 않았지만 기존 궤도식장갑차의 25% 수준이다. 생산비가 10억원이라면 이번에 개발한 차륜형장갑차는 2억5000만원 정도인 셈이다.
국내에서 개발한 획기적인 차륜형장갑차의 전력화가 목전에 다가오면서 이 장갑차가 우리 군의 전투지형을 어떻게 바꿀지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다.
기존 장갑차는 궤도식 바퀴로 이동하기 때문에 기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게 단점으로 지적되지만, 적의 공격에 견딜 수 있는 방호성이 높은 편이다.
반면, 차륜형장갑차는 외관상 일반 차량과 같은 바퀴로 기동하기 때문에 신속한 기동이 가능하다. 또한 생산비용이 기존 장갑차의 반의 반 수준이기 때문에 보다 많은 수의 장갑차 보급이 가능해진다.
방사청은 이번에 체계개발이 완료됨에 따라 이달부터 양산에 들어가 2023년까지 약 600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또한 이달부터 양산된 차륜형장갑차는 일선 부대에 인도돼 내년부터 전력화 단계를 밟을 예정이다. 전력화는 신무기를 해당 부대가 도입한 뒤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훈련 및 연습하는 단계다.
차륜형장갑차는 보병전투용 K808과 보병수송용 K806 등 2가지 모델이 먼저 선보인다.
군은 이 2가지 차량용장갑차를 기반으로 장갑차 운용 중에 적 전투기에 맞설 수 있는 30㎜ 차륜형대공포, 전장에서 신속히 기동하며 우리 군 전투를 지휘통제하는 ‘이동식벙커’인 지휘소용차량 등으로 같은 계열의 무기를 다양하게 늘려나갈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이번에 개발된 차륜형장갑차는 보병부대를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기존 기계화부대에서 운용하던 궤도형장갑차와 차별화된다”며 “차륜형장갑차는 그동안 마땅한 기동장비가 없었던 우리 군 보병부대의 주력 기동장비로 자리매김해 전투와 이동 등 다양한 전술 면에서 요긴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화를 마치고 실전 배치되면 우리 보병부대의 작전반경도 도보권에서 차량 이동거리 권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보병전투용 차륜형장갑차 K808은 적의 기관총 공격을 방호할 수 있을 정도의 방호력을 자랑하는 한편, 최신 중화기를 장착해 K2소총과 박격포 등에 의존하던 우리 보병부대의 공격력도 한 단계 끌어올릴 전망이다.
궤도식보다 방호력이 떨어질 것에 대비해 차륜형장갑차에 장착되는 바퀴 역시 일정 수준의 충격에 견딜 수 있는 전술타이어가 장착된다. 차륜형장갑차의 핵심 장비로 꼽히는 전술타이어와 공기압조절장치 역시 국내 기술로 개발됐고, 적 공격에도 상당 시간 운행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장갑차보다 저렴한 가격에 우수한 성능을 자랑해 가격 대비 성능 면에서도 국제 경쟁력이 있다는 게 군 내부의 평가다.
박진 방사청 전투차량사업팀장은 “차륜형장갑차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향후 전후방지역 작전은 물론 유엔 평화유지군 활동 등 광역화된 미래 전장에서 다양한 작전수행을 할 수 있는 무기체계를 확보하게 됐다”며 “성능 대비 가격 수준도 양호해 수출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사청은 현대로템 주관으로 2012년 12월 차륜형장갑차의 연구 개발에 착수해 지난달 9일 운용시험평가에서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았고, 지난달 30일 차륜형장갑차의 국방규격이 표준화됐다. 이로써 신무기체계의 연구개발사업이 마침표를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