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군이 최첨단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을 뛰어넘는 차기 이지스함 개발에 착수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지스는 제우스와 아테나의 방패로 벼락에도 끄덕없고 흔들면 폭풍이 일어나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줬다고 한다.
이지스함은 기존의 대형 전투형 구축함에 미국에서 개발된 최첨단 해상전투체계인 이지스시스템을 장착한 군함으로 전투기(대공), 적 군함(대함), 적 잠수함(대잠)과의 전투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해상 종합무기시스템이다.
특히 이지스함에 장착된 첨단 다기능위상배열레이더는 1000㎞ 거리의 탄도탄을 탐지할 수 있고, 그린파인레이더는 500㎞ 거리에서 접근하는 1000여개의 표적을 동시에 탐지, 추적할 수 있어 명칭 그대로 ‘신의 방패’로 불린다.
미 해군은 지난 1983년 최초의 이지스시스템을 탑재한 순양함 타이콘데로가호를 실전 배치했고, 1991년에는 첫 이지스구축함인 알레이버크호가 건조됐다.
이지스구축함과 기존 군함의 차이는 위상배열레이더 탑재 여부와 미사일 발사대 위치다. 초기 이지스구축함은 위상배열레이더를 통해 최고 수백대의 목표를 동시에 탐지 및 추적하고 그 중 수십개의 목표를 동시에 공격하는 능력을 갖췄다. 또한 기존 군함은 미사일 발사대가 갑판 위에 설치돼 있었으나, 이지스구축함은 갑판 하부에 수직으로 설치돼 미사일이 언제나 발사대기 상태로 유지돼 표적 대응시간이 크게 단축됐다. 즉, 기존보다 더 빨리 탐지하고 더 빨리 미사일을 발사해 대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외 외형적으로 이지스함은 기존 군함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지만, 기능상으로는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일본은 1993년 미국에 이어 세계 2번째로 1만t급 호위함 콘고 1번함에 이지스시스템을 탑재했고, 한국은 대형 이지스함으로는 세계에서 3번째로 2007년 최초의 이지스구축함인 세종대왕함을 건조해 2008년 12월부터 실전 배치해 운용중이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24일 현대중공업과 세종대왕함의 성능을 뛰어넘는 차기 이지스구축함(광개토-Ⅲ Batch-Ⅱ) 건조를 위한 탐색개발사업 계약을 약 181억원에 체결했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광개토-Ⅲ Batch-Ⅱ는 광개토-Ⅲ Batch-I(세종대왕함)의 업그레이드버전으로 보면 된다.
탐색개발은 연구개발의 첫 번째 단계로 개발하고자 하는 체계의 하부 체계나 주요 구성품에 대한 기술 및 공학적 해석 등을 실시해 체계개발 단계로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광개토-Ⅲ Batch-Ⅱ는 현재 운용 중인 우리나라 최초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보다 탄도탄 대응과 대잠작전 수행능력이 크게 향상된 차기 이지스 구축함이라고 방사청은 설명했다.
탄도탄 대응 면에서 차기 이지스함은 탄도탄 요격기능이 추가되고 탐지 및 추적거리와 동시추적 능력 및 추적속도 등이 앞선 이지스함보다 2배 이상 향상된다. 또한 대잠작전 면에서는 심도 조절이 가능한 저주파 대역의 음파탐지기를 1대 추가 탑재해 적 잠수함 탐지거리를 약 3배 가량 향상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개발이 진행 중이다.
약 7400t급으로 최대속력 30노트(시속 55㎞)로 항해할 수 있고, 주요 무장으로는 5인치 함포, 유도탄, 어뢰, 근접방어무기체계 등을 탑재하고 있으며, 약 200여명의 승조원이 탑승한다.
방사청은 올해부터 2018년까지 계약업체와 탐색개발을 통해 함정 제원과 탑재장비 기종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전투 성능을 극대화하고 최신 스텔스 및 자동화 기술을 설계에 반영해 함정의 통합생존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차세대 이지스함인 광개토-Ⅲ Batch-Ⅱ가 전력화되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나 잠수함 공격 등 비대칭 위협과 주변국과의 해양 분쟁에 대한 대응능력이 강화되고 우리 해군의 주력함정으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 사업의 착수로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 조선업계 경기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