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비례대표 한번으로 ‘끝’
“육성 시스템 말 자체가 사치”
청년의 대표, 이주민 대변인, 장애인, 여성…, 선거철마다 사회적 약자란 명목으로 잠깐 우대를 받으며 등장했던 정치인들은 대부분 두번째 기회를 얻지 못했다. 비례대표 초선으로 끝나거나 지역 선거에서 지면 당에서 별다른 주목을 못받고 있다가 사라진 패턴을 반복했다. 취약계층 대변이란 명목으로 정치권에 입문한 전·현직 관계자들은 “육성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말부터가 사치”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치권에서 현재 청년이란 이름을 달고 있는 정치인 중에 현역급이라고 평가되는 인물은 거의 없다. 이준석 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정도만 직전 당내 경선에서 3위를 기록해 최고위원 자리를 얻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13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그많던 청년들, 장애인의 대변인들, 투사들, 전사들, 다 어디 갔느냐”며 “다 죽었는데, 정치권에선 또다시 쓰고 버릴 얼굴마담을 찾고있다”고 했다. 공천 시즌만 되면 정치권이 약자를 이용한 뒤 쓸모가 없어지면 방치한다는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번에도 정치권에서는 또다시 청년선거, 물갈이론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실제 취약계층 명목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였던 인사들은 이에 대해 곱잖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금 시스템에선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청년이란 이름으로 정치를 시작한 한 야권 관계자는 “취약계층 신인 육성 같은 얘기는 사실 지금 정당이 할 능력도 없다”며 “정당이 무언가를 전수해야 하는데, 들어와보니 전수받을만한 내용이 없다”고 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정당이 지금 ‘인큐베이팅(육성)’을 말하는 것부터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선발 단계라도 고쳐서 취약계층 인사들을 공정하게 그리고 더 많이 시스템적으로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불쌍한 사람들이니 그중 한명에게 한자리 주겠다”는 식의 내려꽂기나 동정식 선발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실력주의로 ‘이사람이 이런 능력 때문에 그 취약계층의 대표가 됐다’는 권위를 줘야 한다”며 “그 권위는 시험, 경연 등에서 나온다. 그런데 지금은 뜬금없이 인재를 영입했다며 특정 인물이 위에서 떨어지는 구조”라고 했다.
취약계층을 소수로 뽑음으로써 결국 기득권 정치인의 정무적 필요에 따라 쓰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이들이 하나의 개별 조직으로 계층을 대변할 수 있는 수준의 정치력을 갖출 수 없다는 것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취약계층을 대변한다며) 한, 두명 와서는 안된다”며 “한 열명이 한번에 와서 자신들이 자신의 얘기를 눈치보지 않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고 했다. 기초적인 정치적 결사체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은 만들어줘야 이들이 정치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소수자를 선발한 뒤 드는 비용이 사실상 취약계층 신인에게 전가되는 현실도 비판 대상에 오르고 있다. 기득권이 아니라서 뽑힌 사람들인데, 기득권 정치현실을 맛보게 한다는 것이다. 역시 청년으로 정치에 입문한 한 여권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정당하게 월급을 받으며 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들어오면 활동에 자신의 돈을 부어야 하는데, 사회적으로 성공한 기득권이야 가능하겠지만 취약계층들은 사실상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는 돈이 드는데, 월급은 없다”며 “들어왔다가 돈만 쓰고 나가는 이들도 있고, 그러다보니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유오상·홍태화 기자/th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