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 유형·47개 불공정 약관조항 시정
한국어 약관 없이 사업 확장하다 적발
“블랙프라이데이 전 소비자 권익 보호”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중국계 이커머스(C-커머스)인 알리익스프레스·테무가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배제하거나, 소비자의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이용약관을 사용했다가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알리·테무의 이용약관을 심사해 13개 유형의 47개 불공정 약관조항을 시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업체별 시정 항목은 알리 16개, 테무 31개다.
공정위가 적발한 불공정 약관조항에는 ▷통신판매중개업자 및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로서의 책임을 배제하는 조항 ▷이용자가 위법행위를 하거나 약관을 위반해 플랫폼이 조치를 하는 경우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배제하는 조항 ▷플랫폼 사업자의 손해배상범위를 제한하는 조항 등이 있었다.
또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사실상 무제한으로 수집하는 조항 ▷이용자 콘텐츠를 알리·테무를 비롯해 그 계열사 등이 전방위적으로 사용하고, 이용자의 권리를 포기하게 만드는 조항도 있었다.
이용자와의 분쟁에 대한 전속 관할을 각각 홍콩·싱가포르 법원으로 정한 조항도 불공정 약관으로 지목됐다.
이 밖에 ▷계정 해지 사유를 모호하게 규정하고 사전 통지 없이 계정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 ▷웹 사이트 접속 행위를 약관 변경에 동의하는 의사표시로 의제하는 조항 ▷사전 통지 없이 서비스를 변경하거나 중단할 수 있도록 한 조항 ▷이용자 정보 공개 과정에서 손해 발생 시 소송 제기를 금지하는 조항 ▷재판을 받을 권리를 포기하고 중재를 강제하는 조항도 발견됐다.
이에 알리·테무는 대대적인 이용약관 손질에 나섰다. 우선 고의·과실 범위 내에서 책임을 부담하고, 한국 민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인정되는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는 내용을 약관에 담았다. 소비자·판매자 간 분쟁 발생 시 연락할 수 있는 경로를 명시하고 분쟁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점도 명확히 밝혔다.
또 개인정보 및 이용자 콘텐츠의 수집·활용과 관련해 부당한 내용도 수정했다.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항목을 구체적으로 한정하는 동시에 이용자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자신이 제공한 콘텐츠를 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명시했다. 대한민국 소비자와의 관계에서 준거법을 한국 법으로 설정하고 분쟁이 발생하면 한국 민사소송법을 따른다는 내용도 반영했다.
앞서 알리·테무는 한국어 약관도 없이 국내에서 사업을 확장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가 조사에 나선 올해 5월에서야 약관을 마련·게재하고, 추후 시정 조치를 받아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는 “무엇보다도 외국 사업자가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영업하려면 최소한 ‘국내 수준’의 소비자 보호 의무를 이행해야 하고 국내 법령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면서 “특히 알리·테무 쇼핑몰이 위해물품 유입·개인정보 유출 등의 통로가 되고 관련 분쟁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약관상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면제하고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장치를 마련해 놓은 것을 빈틈없이 적발·시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중 최대 쇼핑·해외직구 집중 기간인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소비자들이 많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알리·테무의 약관을 정상화함으로써 1300만 명에 달하는 해외직구 이용 국민의 권익을 선제로 보호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