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낮아진 전고, 스포츠카 외관 간직

소프트톱 개폐에 20초, 방음효과도 탁월

BMW 특유의 주행·편의기능 우수

BMW 뉴 420i 컨버터블
BMW 뉴 420i 컨버터블. 좌측전방 외관. [김성우 기자]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글로벌 완성차업계에서 ‘컨버터블’(차 지붕을 개폐할 수 있는 자동차)은 소비자들이 붙여준 ‘뚜따’(뚜껑을 따다)나 ‘오픈카’라는 별명부터 업체들이 붙인 ‘카브리올레’나 ‘드랍탑’에 이르기까지 가장 많은 수식어가 따라붙는 차종이다. 각양각색 별칭 외에도 자동차 마니아들에게는 한 번씩 꿈꾸는 ‘로망’이자, 완성차 제조사들에는 기술력을 뽐낼 ‘무기’가 되는 것이 바로 컨버터블이다.

BMW가 3년 만에 ‘부분변경’ 모델로 출시한 BMW 뉴 420i 컨버터블도 마찬가지다. BMW는 기존 3시리즈로 출시되던 준중형 모델에서 쿠페와 컨버터블을 따로 떼어 4시리즈를 출시했다. 420i 컨버터블은 ‘4시리즈’의 시작을 쓴 모델이자, BMW가 자랑하는 뛰어난 수준의 기술력을 간직한 차량이기도 하다.

BMW가 자랑하는 차량의 매력은 무엇일까? 최근 뉴 420i 컨버터블을 타고 서울 동대문구에서 인천 중구 을왕리 해수욕장까지 약 200㎞를 주행하면서 차량의 이모저모를 살폈다.

차량과의 첫 만남은 ‘날렵한 인상’으로 다가왔다. 크기 면에서 차량은 컴팩트한 사이즈로 BMW 3시리즈와 비슷한 느낌을 주면서도 그보다는 더욱 낮게 깔린 형상은 흡사 하이퍼카를 연상케 했다. 차량의 전장과 전폭은 각각 4770㎜, 1845㎜로 3시리즈와 비슷한 수준인데, 3시리즈보다 50㎜ 낮은 1385㎜의 전고가 역동적인 이미지를 살리는 데 한몫을 한다.

BMW 뉴 420i 컨버터블. 전면부 외관. [김성우 기자]
BMW 뉴 420i 컨버터블 전면부 외관. [김성우 기자]
BMW 뉴 420i 컨버터블 앰블럼. [김성우 기자]
BMW 뉴 420i 컨버터블 앰블럼. [김성우 기자]

BMW는 이번 부분변경을 통해 차량 전면부를 크게 손보면서 차량의 매력을 부각시키는 데 공을 들였다. 전체적인 차체는 굴곡과 각진 형상이 어우러져 머슬카를 떠올리게 하는데 끝을 날렵하게 세운 헤드램프로 강인한 인상이 배가 됐다. 2세대 4시리즈부터 적용돼 ‘돼지코’라는 친숙한 별칭을 얻은 키드니 그릴도 새 헤드램프와 어우러져 더욱 빛을 발한다. 여기에 19인치의 큼지막한 휠과 바퀴가 차량의 무게(공차중량 1660㎏)를 지탱하면서 강인한 전면부 인상을 뒷받침했다. 전체적으로 총평하자면 이번 부분변경을 통해 420i 시리즈 특유의 감성이 더욱 살아난 느낌이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자 차량의 또다른 매력이 번뜩인다. 가장먼저 1열 헤드룸 버튼을 조작해 뚜따(소프트톱 오픈)을 테스트해 봤다. 천천히 1초씩 숫자를 세니 20초가 채 걸리지 않아서 소프트톱이 접혀서 트렁크에 삽입됐다. 소프트톱 문을 다시 닫는데도 비슷한 시간이 걸렸다. BMW가 밝힌 소프트톱 폴딩과 오픈에 걸리는 시간은 시속 50㎞ 이하 속도에서 18초 수준이다.

BMW 뉴 420i 컨버터블 소프트톱을 접은 측면부 모습. [김성우 기자]
BMW 뉴 420i 컨버터블 소프트톱을 접은 측면부 모습. [김성우 기자]

주행 과정에서도 BMW 특유의 기술력이 오롯이 느껴졌다. 소프트톱은 다른 하드톱 차량만큼이나 터널음이나 도시음 등 주위 잡음을 충실하게 막아줬다. 오픈카로 드라이빙을 즐길때도 운전자가 좌석에 푹 잠기도록 설계된 실내 디자인 덕분에 각종 소음에서 보호받는 듯한 인상을 줬다. 약 13~15도 수준의 다소 쌀쌀한 날씨에 속에 맞은 영종도 바닷바람도 시트 헤드레스트에서 나오는 ‘넥워머’ 기능 덕분에 전혀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

컨버터블 차량이라 실내와 트렁크는 공간이 좁아질 수밖에 없지만, BMW는 이를 보완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우선 축간거리(휠베이스)를 2850㎜로 넓게 구성해 2열 레그룸을 대폭 확대했다. 트렁크도 차량 후면부 두께를 두툼하게 설계하면서 소프트톱 오픈 시 385ℓ, 내릴시 300ℓ를 확보했다. 골프가방 한 개를 싣기엔 넉넉하고, 여행가방은 2~3개 정도는 충분히 넣을 수 있을 만큼의 공간이다.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BMW 차량답게 출중한 주행성능은 여전히 발군이다. 차량은 트윈파워 터보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과 8단 스텝트로닉 자동변속기를 탑재하면서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31.6㎏·m를 뽐낸다. 함께 탑재된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배터리와 전기모터도 차량에 많은 힘을 보탠다. 덕분에 오르막길에서도 밀림이 없고 가속페달에 가볍게 발을 대도 듬직한 탄력이 올라온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제로백)은 8.2초로 아주 빠르진 않지만, 되레 운전의 재미를 느끼는 데는 더욱 도움이 된다.

BMW 뉴 420i 컨버터블 실내 1열 사진. [김성우 기자]
BMW 뉴 420i 컨버터블 실내 1열 사진. [김성우 기자]
BMW 뉴 420i 디스플레이에 후방카메라 영상이 송출되고 있다. [김성우 기자]
BMW 뉴 420i 디스플레이에 후방카메라 영상이 송출되고 있다. [김성우 기자]

차량에 들어간 다양한 주행기능도 눈여겨볼 만하다. 차량의 에코-컴포트-스포츠-스포츠플러스 등 4개 주행모드 중에서 주로 컴포트모드를 이용했는데, 도심 주행이나 사람없는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의 직선로에서 모두 시원하면서도 안정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고속주행구간이나 정체구간이 많은 서울시내에서나 BMW 서스펜션 특유의 단단하면서 편안한 느낌이 받쳐지니 운전에만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비결은 시승차량에 적용된 ‘M 스포츠 프로 패키지’의 어댑티브 M 서스펜션이라고 한다. 주행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서스펜션을 조절하며 승차감을 편안하게 구성한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주행 모드를 바꾸니 2000rpm 이상의 고회전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3500~4000rpm대 회전수에서 경쾌하게 터져나오는 배기음이 전율을 낳는다. 가속도 컴포트 모드보다 훨씬 빠른 느낌이다. 스포츠플러스 모드는 스포츠 모드보다 핸들조작이 더욱 섬세하게 이뤄지는 느낌이다.

이날 시승에서 전체 연비는 11.6㎞/ℓ가 나왔다. 공인연비 12.2㎞/ℓ를 생각하면 훌륭한 수준이다.

BMW 뉴 420i 컨버터블 실내 1열 운전석. [김성우 기자]
BMW 뉴 420i 컨버터블 실내 1열 운전석. [김성우 기자]
BMW 뉴 420i 운전석 전면 19인치 타이어. [김성우 기자]
BMW 뉴 420i 운전석 전면 19인치 타이어. [김성우 기자]

아울러 이제 필수가 돼버린 모바일 기기와의 커넥티비티 성능은 반응 속도 측면에서 매우 빨랐고, 차선유지기능이나 후방카메라, 주차보조 기능도 사용하기에 편리했다. 계기반 역할의 12.3인치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 센터페시아 역할의 14.9인치 컨트롤 디스플레이도 터치감이 좋았다. 이중 백미는 핸들과 센터페시아를 통해 조작가능한 ‘음성명령’ 기능이다. 아직 다양한 정보를 담지는 못했지만 간단한 터치와 음성 호출만으로도 날씨와 도착지 정보 등을 쉽게 알 수 있었다.

BMW 뉴 420i 컨버터블의 국내 출시 가격은 트림에 따라 M 스포츠 패키지가 7480만원, M 스포츠 프로 패키지가 7900만원이다. 누구나 한 번쯤 컨버터블을 꿈꿨던 카마니아가 입문용으로 충분히 노려볼만한 가격이다. 다양한 편의사양이 탑재된 BMW의 매력에 빠지고픈 팬층에게도 좋은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BMW 뉴 420i 컨버터블 트렁크. [김성우 기자]
BMW 뉴 420i 컨버터블 트렁크. [김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