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제재, 명백한 불법행위
‘법 앞에 평등’ 명제 대한 확신과 믿음 생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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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경찰 불렀거든요. 도망 왜 치죠? 여기 지금 빨리 와주세요.”
이른바 ‘정의구현’을 표방하며 사적제재를 콘텐츠화하던 유튜버들이 줄줄이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유튜브 내에선 이런 류의 콘텐츠들이 인기다. ‘즉각 응징’이라는 사적제재의 통쾌함 탓이 크다. 하지만 형벌권이 없는 개인이 행하는 사적제재는 위법이다. 법치의 근간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7단독 김선범 부장판사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를 받는 유튜버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2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도 함께 내렸다.
A씨는 지난해 3월 1일 마약을 투약하는 사람을 유인하기 위해 채팅앱에서 28세 여성을 사칭하며 ‘ㅇㅇㅇ(필로폰을 뜻하는 은어) 먹고 싶다’는 글을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평소 마약 범죄자를 유인해 검거 과정을 생중계하는 영상 콘텐츠를 운영해왔는데, 법정에서도 “수사에 도움을 줄 목적으로 한 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취지로 말하며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필로폰을 의미하는 은어와 ‘먹고싶다’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는 투약하고 싶지만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리며 수수 또는 매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라며 “필로폰을 매수 또는 수수하는 행위에 관한 정보를 광고한 것은 너무나도 명확하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채팅앱에 여성으로 위장한 채 글을 올린 것은 마약범죄를 저지를 의사가 없었던 사람도 다른 마음을 먹게 할 수 있는 행위로,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이른바 ‘정의구현’을 내걸고 사적 제재 콘텐츠를 만든 유튜버들은 잇따라 심판대에 오르고 있다. 지난 9월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차를 쫓아다니며 추적·검거 과정을 생중계하다 결국 운전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40대 유튜버는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한 유튜버 ‘전투토끼’와 그의 아내도 지난 8월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유튜브 상에서 이러한 ‘사적제재’ 콘텐츠는 여전히 인기다. 유튜브에서 ‘참교육’ 등을 검색하면 개인이 아동 성범죄자 등을 검거하겠다고 나선 영상이나 음주운전 의심자를 뒤쫓아가며 경찰에 신고하는 영상이 쉽게 검색된다.
사적제재 콘텐츠는 시청자에게 가져다주는 통쾌함이 있다. 더불어 법이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하고 범죄자에게는 관대한 판결을 내린다는 사법체계에 대한 불신도 유사 영상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유튜버들은 ‘정의구현’을 가장하며 타깃이 된 대상을 협박해 금품을 갈취하고 시청자에게서 후원을 받는 등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문제도 있다.
전문가들은 사적제재는 명백한 불법 행위이며 복수의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적 제재는 통쾌한 복수를 빙자한 범죄”라며 “실체적 진실보단 자의적 진실을 주장하는 것이고, 과도한 복수로 이어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이어 “형량이 낮다는 이유에서 형사사법체계의 불신을 말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타 국가에 비해 형량이 절대 낮은 편이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법 앞에 평등하다는 명제를 불신하는 국민은 있고, 이 지점이 사적 제재의 명분으로 작용하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이 명제에 대해 믿음과 확신을 국민에게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