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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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지난 5월 9일 경기도 양주시의 한 가정집에서 50대 남성이 집단으로 구타를 당해 살해당한 일이 있었다.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해보니 사망한 남성의 상태는 실로 처참했다. 목과 성기 등 치명적인 부위를 500회 이상 가혹하게 폭행당한 흔적이 드러났다.

구타를 한 것은 남성이 숨졌다고 112에 신고한 남성의 전 부인 40대 A 씨와 딸인 10대 B 씨, 그리고 촉법소년인 아들 C 군이었다.

A 씨는 “(피해자가) 과거 자녀를 성추행한 사실을 당시 알게 돼 홧김에 때리다 사망했다”며 살해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수사 결과 사건의 내막은 달랐다. A 씨와 B 씨는 물론이고, 피해자 남성까지 모두 무속인 D 씨(40대)의 무속 신앙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모두 D 씨의 집에 거주하고 있었으며, 범행이 일어난 장소도 D 씨의 집이었다.

D 씨는 신내림 굿이 필요하다며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피해자에게 돈을 요구했다. 사건 당일 전후에도 피해자에게 돈을 줄 것을 종용했고 A 씨와 자녀들까지 이에 합세했다 피해자를 몰아부쳤다. 피해자가 끝내 이를 거부하자 A 씨와 자녀들은 돈을 내놓으라며 폭행을 시작했다.

피해자가 자녀들을 성추행했다는 말도 근거없는 거짓이었다. A 씨 등은 피해자를 폭행하면서 휴대전화 녹음을 틀어놓고 “지난 5년 동안 자녀들을 성추행했다”는 거짓 사실을 만들어 자백을 종용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돈을 빼앗을 목적으로 살인한 의도성이 있다고 판단, 강도살인죄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촉법소년인 C군은 제외했다.

28일 1심 재판부도 이들의 범행을 인정했다. 의정부지법 형사 11부(부장 오창섭)는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딸 B 씨에게 징역 10년을, 무속인 D 씨에게 무기징역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증거와 진술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돈을 빼앗기 위해 폭행을 하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점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이 폭행의 핑계로 든 피해자의 자녀 성추행 의혹 역시 갑자기 이 이야기가 등장하게 된 과정이 매우 부자연스럽다”며 “당시 메신저 대화 내용이나 상황 등으로 보면 피고인들의 관심은 오로지 굿 비용이었다”고 밝혔다.

B 씨의 전 남편도 범행을 도운 혐의로 기소됐지만 재판부는 “사건과 관련이 있기는 하지만 범행에 가담했거나 공모했다고 보기까진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