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지하철역까지 갔는데, 결국 다시 집으로 갔어요.”
직장인 A씨는 지하철역까지 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간 경험이 종종 있다. 환기 차 열어놓은 현관문, 창문 등을 제대로 닫고 나왔는지 불안해서다. 그는 “갈등 끝에 가보면 문이 잘 닫혀 있더라”며 “그걸 알면서도 막상 또 불안할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알고 보면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증상들이다. 가스 불을 잘 껐는지, 에어컨이나 난로는 잘 정리했는지, 확인한 걸 알면서도 막상 집을 나서고 나면 계속 불안감이 생기고 다시금 확인하고픈 충동을 느낀다. 지하철역까지 갔다가 결국 다시 집으로 돌아온 A씨처럼 말이다.
일종의 강박 장애 증상으로, 개인마다 편차가 크다. 청소, 정리 정돈 등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일상생활에 피해를 줄 정도라면 치료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가 있으며, 최근엔 초음파를 이용한 치료법까지 개발되고 있다.
강박 장애는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어떤 생각 등이 반복적으로 떠오르거나, 완고한 규칙에 따라 반복적인 행동을 보이는 걸 뜻한다.
문이 열려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게 강박적 사고이고, 이런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반복적으로 문의 상태를 확인하는 게 강박 행동인 식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행동이 통상 불안이나 괴로움, 사고 등을 예방하거나 피하려는 목적에서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그저 불편한 정도라면 문제는 없지만, 이 같은 생각과 행동이 일상생활이 힘들 만큼 불편함을 주거나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들고, 나아가 고통과 기능 손상을 준다면 치료가 필요하다.
강박 장애의 원인은 심리적 요인 외에도 최근엔 뇌의 대표적 신경 전달물질인 세로토닌 시스템에서 찾고 있다. 그래서 치료 역시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를 사용하는 약물치료나 인지행동치료가 주로 활용된다.
장진우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약물치료나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해 치료하지만 대부분 어린 나이에 발병하는 경우도 많아 치료 효과가 미비하고 재발이 빈번하다”고 전했다.
최근엔 초음파를 활용한 뇌수술 치료법도 연구됐다.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외과 장진우 교수와 연세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김세주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13년부터 2014년까지 강박장애를 진단받은 환자 11명을 대상으로 고집적 초음파 뇌수술 기법을 이용한 양측 뇌 전피막절제술을 시행, 이 중 10명의 환자를 10년 이상 추적 관찰했다.
연구 결과, 10명 환자 중 7명이 치료 후 35% 이상의 강박척도 검사 점수 감소를 보였고, 10명 모두 강박척도 검사 점수가 50% 이상 개선, 삶의 질이 향상됐다. 11명 전원 모두 초음파 수술 후 어떤 심각한 부작용도 발생하지 않았다.
캐나다 등 다른 국가에서도 고집적 초음파 뇌수술을 강박 장애 환자에게 시행, 비슷한 수술 효과를 확인했다. 초음파 뇌수술이 강박 장애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장 교수는 “감염이나 출혈 위험도 없고 수술 정밀도가 높아 현재 가장 안전한 수술법이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장 교수의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정신건강의학과 분야 대표 학술지(Molecular Psychiatry)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