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국방부가 1일 충청북도 음성 일대에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배치될 거라는 관측에 대해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다”며 부정하고 나선 가운데 전국적인 사드 혐오감이 국방 정책 추진에 상당한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전국적으로 사드에 대한 혐오감이 팽배해 국내 그 어느 곳이 후보지가 되더라도 지역 사회의 엄청난 반발에 직면할 전망이다. 소위 ‘우리 지역은 안 된다’는 의미의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의 극단적 현상이다.
지난달 16일 사드 배치 후보지로 충북 음성이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일부 매체의 보도가 나오자 음성 지역 사회는 얼음장처럼 얼어붙었다.
7일 후인 23일에는 음성군의회가 ‘사드 음성지역 배치 결사반대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군의회는 결의안에서 “음성군 전체 면적의 1/4이 경작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사드가 배치되면 레이더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의 영향으로 농작물 생산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음성 지역이 군사보호 구역으로 묶이게 되는 등 10만 음성군민의 건강과 재산권 침해, 환경 피해 등으로 15만 음성시 건설에 커다란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음성지역 사드 배치와 관련된 보도 이후 지역사회가 매우 큰 혼란에 빠져 있는데 정부는 이를 방관할 것이 아니라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고 요구했다.
군의회는 “충북도와 음성군은 주민의 건강과 안전한 미래를 위해 죽음의 땅이 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해달라”며 촉구하기도 했다.
지역 사회가 사드 결사 반대를 주장하기 위해 사용한 용어를 보면 문제의 심각성이 쉽게 드러난다.
음성군의회는 ‘사드가 배치되면 사드 레이더에서 나오는 전자파 영향을 받아 농작물 생산에 심각한 차질이 생긴다’는 전제를 기정사실화했고, ‘죽음의 땅’이 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호소에도 사드가 배치되면 해당 지역은 ‘죽음의 땅’이 된다는 강력한 전제가 깔려 있다.
문제는 이런 인식이 음성군 지역사회에만 형성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전국의 모든 지자체가 비슷한 이유를 들며 사드 배치를 결사 반대하고 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사드 배치 후보지는 대구, 부산, 군산, 평택, 원주 등 대부분 미군기지가 주둔했던 지역이거나 현재 주둔하고 있는 지역이다.
이들 지역 어느 한 곳도 사드에 대해 환영하지 않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사드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 때문이다.
국방부가 사드 레이더 전자파 논란이 일던 지난 2월 전자파 관련 내용이 과장되거나 부풀려졌다며 선제적 해명에 나섰지만, 민심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국방부는 1일 “현재 사드 배치 후보지와 관련해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혀 극렬히 반대 의견을 표명하던 충북 음성 일대가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제 ‘폭탄 돌리기’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한국과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의 거듭된 강력한 ‘사드 반대’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사드 강행 의사를 표명하고 있어 결국 국내 어느 지역이든 1곳은 선정될 거라는 불안감이 팽배한 상황.
이미 대구-부산-원주-평택-군산 등 5개 도시가 돌아가며 한 번씩 유력한 사드 배치 후보지로 거론되면서 1차 폭탄 돌리기를 마친 상태다. 5개 도시는 모두 후보지로 거론될 때 ‘결사 반대’ 문구를 걸고 지역구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 지역 시민단체 등이 일심동체로 반격했고, 유력설은 설에 그쳤다.
어느 한 곳이 최종 후보지로 결론이 날 경우, 영남권 신공항 선정에 버금가는 사회 갈등을 야기할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3월3일 공식 출범한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위한 한미 공동실무단이 약 4개월간 아무런 실적 없이 침묵하고 있는 것 역시 의아하게 여겨지고 있다.
한미 공동실무단은 이미 ‘군사적으로 사드는 한반도에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지만, 군사적 문제 외의 문제 때문에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는 것으로 감지되고 있다.
한미 국방부는 사드 배치를 위해 중러를 중심으로 한 반사드 세력을 넘어서야 할 뿐 아니라, 국내 지역사회의 결사 반대까지 넘어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봉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