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북한이 3일 오전 7시 50분경 황해남도 은율군 일대에서 발사한 노동미사일 1발이 북한 내륙을 횡단해 약 1000㎞를 비행, 또 한 번 국제사회를 화나게 만들었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노동미사일은 사거리 약 1300㎞의 준중거리 미사일로서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북한의 모든 발사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또 위반한 것이기 때문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이에 대해 “북한은 김정은 집권 이후 30회 이상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며 “이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가 이행되는 가운데 북한이 또 다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도발행위”라며 규탄했다. 또한 “앞으로 북한은 우리와 국제사회의 더욱 강력하고 빈틈없는 대북제재와 압박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했다.

북한이 발사한 노동미사일은 북한 내륙 상공을 뛰어넘어 일본 아키타현 오가반도 서쪽 250㎞ 지점 해상 EEZ 지역에 떨어졌다.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일본 해상 EEZ 수역에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언제나 북한의 도발 뒤에는 그 의도에 대한 분석이 뒤따른다.

[김수한의 리썰웨펀]노동미사일 한방으로 사드 비웃은 김정은

그렇다면 북한이 이렇게 강한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규탄에도 불구하고 이번 노동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며 노린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방식과 비행거리, 미사일 비행궤적이 위치한 고도 데이터가 그래서 중요하다.

노동 준중거리 탄도미사일 사거리는 약 1300㎞ 전후로 일본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 스커드 계열 단거리 미사일은 300~700㎞로 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고, 스커드계열 개량형인 스커드-ER은 사거리 1000㎞까지 도달한다. 무수단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사거리는 약 3500㎞ 전후로 미군 괌 앤더슨 기지까지 타격할 수 있다.

북한은 이번에 노동미사일을 고각이 아닌 정상적인 각도로 발사했다. 그전까지 북한은 노동미사일 등을 발사하면서 발사대를 약 83도 가량의 높은 각도로 세워 먼 거리를 날아가지 못하게 하는 한편, 미사일 성능시험에 치중했다.

일본 해상 등에 떨어질 경우, 일본 등 주변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고각도 발사를 통해 북한이 사거리가 긴 노동미사일로 남한 전역을 타격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6월 3일 당시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을 처음 제기한 것도 북한의 노동미사일 고각 발사 때문이라는 얘기가 전해진다. 북한이 3개월 앞선 2014년 3월 노동미사일을 고각으로 발사해 사거리(1300㎞)의 절반 가량인 650㎞를 날아가게 하자 북한이 같은 방식으로 주한미군을 공격하는 경우를 상정해 가장 효과적 대응책으로 사드가 추천되었다는 것이다.

북한은 그러나 이번에는 정상각도로 발사해 실사격과 같은 궤적을 그리게 했다.

군 당국 분석에 따르면 북한이 3일 발사한 이 미사일 궤적을 경북 성주 방향으로 옮겨놓을 경우 성주 인근 상공에서 미사일은 150㎞ 이상의 고도에서 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도 40~150㎞의 적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사드로서는 북한의 이번 발사가 남쪽을 향했을 경우 요격이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 마디로 김정은이 노동미사일을 국제사회의 견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3일 전격 발사한 이면에는 ‘사드에 대한 무시의 의미가 담겨 있다’는 해석이 그래서 나온다. 이는 다시 국내 사드 찬반논란과 연결돼 남남갈등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사드로 북한 미사일을 못 막더라는 인식이 남한에 확산될 경우, 사드로 인한 남남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김정은은 ‘노동미사일 발사→사드 능력 무시→남남갈등 극대화’의 전략 구상을 이번에 실행한 게 아니었을까 추정된다.

한편, 주한미군은 경북 성주에 사드를 배치할 경우 수도권이 적 공격에 취약해진다는 지적을 보완하기 위해 경기 오산, 전북 군산, 경북 왜관 기지 등에 배치된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을 수도권으로 전진배치할 계획인 것으로 3일 알려졌다. 또한 패트리엇과 사드가 형성하는 방어망 보완을 위해 고도 150~500㎞ 고도에서 적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이지스함용 요격미사일 SM-3를 한반도 인근 해상에 도입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 상공 저고도(15~40㎞)는 패트리엇, 고고도(40~150㎞)는 사드, 초고고도(150~500㎞)는 SM-3로 방어하는 3중 요격망이 형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