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돈이 있어도 못 산다는 명품백의 대명사 ‘에르메스 버킨백’의 희소성이 흔들리고 있다. 중고 시장에 매물이 늘면서 재판매 가격이 2022년 고점보다 6000달러 넘게 떨어졌다. 에르메스 주가도 올해 들어 약 40% 하락하면서 희소성을 앞세운 사업 전략에 의문이 제기된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런던에서 에르메스 버킨백을 재판매해 온 차이바오춘은 최근 중고 가격이 떨어지자 가방을 대량으로 사들여 보유하는 전략을 중단했다.
그는 2020년부터 온라인 플랫폼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버킨백을 판매했다. 과거에는 소매가격이 약 1만 달러인 가방을 그 두 배가 넘는 가격에 되팔아 상당한 수익을 올렸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차이는 “돈을 잃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미사용 버킨백의 온라인 중고 판매 가격은 2022년 고점보다 6000달러 이상 하락했다.
가격 하락은 중고 시장에 버킨백 공급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로이터가 미국과 유럽, 아시아의 재판매업자 9명을 인터뷰한 결과, 6명은 지난 1년간 중고 가격이 떨어졌다고 답했고 5명은 수요 둔화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버킨백은 에르메스의 엄격한 판매 관행과 제한적인 공급을 바탕으로 희소성을 유지해 왔다. 재판매업자들은 매장에서 버킨백을 구매하기 위해 스카프와 의류, 신발 등 다른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중고 거래 플랫폼과 소셜미디어를 통한 판매가 활발해지면서 시장에 유통되는 가방이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번스타인에 따르면 버킨 25 모델의 재판매 가격은 올해 3분기 소매가격의 약 1.7배로, 2022년 고점 당시 약 2.6배에서 낮아졌다.
이 같은 변화는 에르메스의 사업 모델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중고 시장에서 높은 웃돈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 다른 제품까지 구매하면서 버킨백을 확보하려는 소비자의 유인도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에르메스의 가죽 제품 부문은 버킨백과 켈리백 등을 포함해 그룹 연간 매출의 44%를 차지한다. 재판매 플랫폼 패션파일은 자사 사이트에 등록된 버킨백 매물이 15년 사이 32배 늘었다고 밝혔다. 현재 판매 목록에는 버킨백 212개가 올라와 있다.
에르메스 주가도 올해 들어 약 40% 하락했다. UBS 애널리스트들은 이달 초 버킨백과 켈리백의 중고 시장 공급 증가가 브랜드의 희소성 기반 사업 모델을 약화할 수 있다며 에르메스 주식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도’로 낮췄다. 이들은 전 세계에 판매용으로 등록된 두 모델의 수가 팬데믹 이전보다 6~7배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버킨백의 인기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일부 재판매업자는 고가 모델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고 보고 있으며, 에르메스는 숙련된 장인과 고품질 가죽의 확보가 생산량을 좌우한다는 입장이다.
bb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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