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IPO·IPO 추진 중단 후속 시나리오
“美 낸드 신규 생산시설 필요” 재원 과제
최대 100억弗 필요, 대규모 지출 불가피
직접 지원 투자땐 주주환원과 균형 숙제
SK하이닉스가 미국 낸드플래시 손자회사 솔리다임(Solidigm)의 기업공개(IPO)를 철회하면서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은 대규모 자금 마련을 위한 후속 시나리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내 신규 낸드 생산기지 건설에 조 단위 투자가 불가피한 가운데 주식시장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은 어려워진 만큼 SK하이닉스가 회사채 발행이나 증자 혹은 솔리다임이 직접 차입에 나서는 방안이 거론된다.
26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솔리다임은 미국 뉴욕주 북부를 신규 낸드 팹(fab)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가 유티카에 솔리다임 공장을 유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전해진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낸드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솔리다임이 생산하는 기업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eSSD)가 특히 호황을 누리자 SK하이닉스는 미국 내 신규 생산시설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미국 현지에 신규 메모리 반도체 팹을 지으려면 조 단위 자금 집행이 요구된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8월 미국 인디애나주에 착공한 첨단 패키징(후공정) 시설 구축에 약 40억달러(약 5조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웨이퍼에 회로와 메모리 셀을 만드는 공정 전체를 갖춰야 하는 전공정 팹이 후공정 팹 대비 투자 규모가 더 큰 점을 고려하면 솔리다임의 신규 생산기지 건설에 대규모 지출이 불가피하다. SK하이닉스가 충북 청주에 짓기로 한 신규 낸드 팹이 19조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라는 점도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솔리다임이 계획대로 프리 기업공개(IPO)와 IPO를 완주했다면 무리 없이 투자 재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업계에서 추정한 솔리다임의 예상 시가총액은 1000억달러(약 130조원)로, 이 중 100억달러(약 13조원)를 공모를 통해 조달할 것으로 점쳤다.
그러나 IPO를 철회하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새로운 자금 조달처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먼저 회사채 발행이나 은행 차입을 택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다만 솔리다임 자체적으로 회사채를 발행하려면 사전 준비작업이 필요하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로부터 아직 신용등급을 확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투자자를 찾으려면 ‘BBB-’ 이상 투자적격 등급(Investment Grade) 평가를 받아야 한다.
솔리다임보다 매출·순이익 규모가 큰 낸드 기업 키옥시아와 샌디스크 사례를 살펴보면 솔리다임이 곧바로 투자적격 등급을 확보할 것이라고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샌디스크는 올해 상반기 매출 149억달러(약 20조원), 순이익 105억달러(약 14조원)를 기록했지만 피치와 무디스로부터 각 BB+, Ba1 등급으로 평가 받고 있다. S&P로부턴 BBB 등급을 확보했다.
솔리다임(SK하이닉스 낸드 프로덕트 설루션 낸드사업)은 올해 상반기 매출 12조원, 순이익 6조원을 기록했다. 반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141%다. 최근 실적 호조세와 별개로 신용평가업계는 낸드 사업에 집중된 사업 구조와 메모리 업황 사이클 등을 이유로 더욱 보수적인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부채자본시장(DCM)에서 직접 조달이 어렵다면 모회사인 SK하이닉스가 증자에 참여하는 방식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올해 초 솔리다임 모회사인 ‘SK하이닉스 낸드 프로덕트 설루션’을 AI 컴퍼니로 전환하는 계획을 발표하며 100억달러(약 13조원) 출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지난 1월 SK하이닉스 낸드 프로덕트 설루션에서 솔리다임이 담당하고 있는 낸드 사업만 떼어내 자회사로 만들었다. 기존 법인은 미국 내 AI 생태계에 투자하는 역할을 하며 이를 위해 100억달러를 자금 요청(Capital Call)에 따라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경우 SK하이닉스의 잉여현금흐름(FCF)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자회사 투자에 집중하다 보니 주주 몫으로 돌아갈 현금이 줄어든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내년까지 주주환원정책 기준을 FCF의 50% 이상으로 정해두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솔리다임 IPO를 검토한 배경 중 하나로 현금흐름을 언급하기도 했다. 회사 측은 “IPO를 통해 외부자본을 유치하면 SK하이닉스의 연결 현금흐름이 증가해 시설 투자와 배당 및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여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어 “프리 IPO 및 IPO 추진을 중단했지만 여전히 솔리다임의 생산능력 확충과 경쟁력 강화는 중요한 과제”라며 “투자 시기와 규모, 재원조달 방식 등을 검토하며 솔리다임의 성장과 기존 주주들의 이익을 함께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정완 기자
jeong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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