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열린 농·어민과의 대화에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대해 “연내 가입 신청을 하지 않고 농·어민 여러분과 충분히 소통해서 방향을 정하도록 지시해 뒀다”며 “제 임기 안에 최종 타결이 안 될 가능성이 훨씬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국가 전체를 위해서는 일부 비난, 비판이 있더라도 해 놔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며 “답답하겠지만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선(先)농·어민 대책-후(後)CPTPP 가입의 원칙을 강조한 말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국익이 걸린 중차대한 일을 정치적 부담 때문에 뒤로 미룬다는 비판도 많다.
이 대통령 말대로 CPTPP 가입은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이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으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등 양자 간 FTA들이 유명무실하게 된 와중에 자유무역 질서 최후의 보루인 CPTPP 가입은 사활이 걸린 문제이다. 일본 영국 멕시코 호주 캐나다 베트남 등 CPTPP 12개 회원국과 한국의 상품 교역액은 연간 약 3410억 달러로, 한국 전체 교역의 25%를 차지한다. 이는 중국(20%), 미국(15%)과의 교역을 웃돈다. 한국이 CPTPP 밖에 머무르는 비용은 점점 커지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CPTPP 발효 전(2012~2018년)에 비해 발효 후(2021~2024년) 한국 수출품 5185개 중 절반 가까운 2474개(47.7%)의 역내 경쟁력 지표가 하락했다.
정부는 지난달 CPTPP 발효 10년 후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미가입 시보다 0.38%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제조업 생산파급효과도 발효 후 15년간 연평균 6조3000억~6조7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봤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한국 같은 통상국가가 가입을 안 하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고 언급한 배경이다. 반면 농림수산업은 같은 기간 연평균 약 8500억원의 생산 감소가 예상된다. 그렇다면 농·어민의 피해를 실질적으로 보상하면서 CPTPP 가입을 서두르는 게 국익에 부합한다. CPTPP 가입은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 이미 중국과 대만이 가입을 신청한 상황이고, 추가로 가입국이 늘어날수록 문턱은 높아진다. 가입 골든타임을 이대로 허비해선 안된다.
마침 반도체 호황으로 162조3000억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기로 한 마당이다. 연평균 8500억원의 농·어민 피해 보상은 기금이 충분히 감당할 만하다. CPTPP 체결로 이익을 본 기업이 일정비율을 부담한다면 연간 1조원대 보상기금도 가능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고심끝에 한·미 FTA를 결행했던 것처럼 이 대통령도 나라의 미래를 위해 설득과 결단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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