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교수 “시끄럽다고  응급헬기장 폐쇄·방음벽 민원은 한국뿐 ”

[헤럴드경제=모바일섹션]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교수가 국정감사에서 국내 닥터헬기 운영의 고충을 토로하며 다시 한번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이 교수는 24일 오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출석해 “사람이 먼저인 사회가 구축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이 교수는 해외의 응급헬기 운용 사례를 국내 사례와 비교하며 ‘인계점’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인계점은 환자를 싣고 내릴 수 있도록 사전에 승인받은 특정 장소로 국내에는 800여 군데가 있다.

이 교수는 “영국과 일본에서는 응급환자 발생 시 닥터헬기가 최소한의 공간만 확보되면 인계점에 제한받지 않고 이착륙할 수 있는데, 한국은 인계점을 이유로 이착륙조차 시도하지 않고 있다”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영국의 응급의료헬기는 주택가 잔디밭부터 럭비경기장 한복판 등 응급환자로부터 가장 가까운 곳에 착륙했다.

이 교수는 “영국의 경우 주택가 잔디밭은 물론 럭비 경기중이라도 경기를 끊고 경기장 한복판에 착륙하는 등 착륙지점을 별도로 지정하지 않는다”며 “인계점이라는 게 굉장히 중요하지만, 그곳에만 착륙할 수 있다는 법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의 경우 관공서 잔디밭에 내려앉아도 안 좋은 소리를 한다”면서 “소음 때문에 헬기장을 폐쇄하거나 방음벽을 설치하라는 민원이 들어오는데 이런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2015~2018년 8월까지 닥터헬기 이착륙 사용 불가로 인한 기각중단 건수는 80건에 달했다.

이어 “영국은 응급헬기가 민원을 신경 쓰지 않고 주택가 한복판에 바로 랜딩해 무전도 한다”면서 “그러나 저희는 닥터헬기에서 상호 간 무전도 불가능한 상황이라 LTE 통신이 가능한 낮은 고도에서 겨우 카카오톡 메신저를 이용해 대화하는 상황이다”라고 하소연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문제들이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다” 며 “영국의 경우 환자를 만나는 순간부터 헬기에서도 30분 안에 수술을 시작하는데, 한국은 중증외상환자가 수술받기까지 평균 7시간 걸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력난에 대해서도 “대한민국 모든 병원이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바로 옆 일본과만 비교해도 간호사 인력이 저희가 3분의 1이다. 의사는 말조차 않겠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어 “어려움을 호소하면 기관장이나 장관 등은 금방 지원해주겠다고 하지만 중간선에서 다 막혀버린다”고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끝으로 “닥터헬기 조종사와 의사들은 목숨을 걸고 자신과 관계없는 타인을 위해 희생하고 있다. 진정한 선진 사회는 사람이 먼저인 사회”라고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