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실세 왕세자 1박2일 방한
-왕위계승자로 국방장관도 겸임
-G20 방문전 ADD 콕짚어 방문의사
-韓 ‘자주국방’ 사우디에 이식 의지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방한 중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왕위 계승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일행이 27일 대전 국방과학연구소(ADD)를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사우디 왕세자 일행이 오늘 오후 ADD를 방문한 것으로 안다”면서 “왕세자 일행은 ADD 주요 현황을 브리핑받고, ADD의 주요 시설을 약 40분 간 둘러봤다”고 밝혔다.
사우디 측은 이번 방문에서 “한국의 국방과학연구소를 롤모델로 하는 무기 연구소 설립을 희망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왕세자 일행에는 압둘라 빈 반다르 국가방위부 장관, 무함마드 알 트와이즈리 경제기획부 장관 등도 동행했다. 사우디 왕위 계승자가 한국을 방문한 것은 1998년 압둘라 왕세제 이후 21년 만이다.
왕세자 일행은 한국 일정을 마친 뒤 일본 오사카로 건너가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우방인 사우디는 한국의 제1위 원유 공급국으로, 중동 국가 중 최대 경제협력 대상국이다. 특히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차기 왕위계승자이자 제1부총리 겸 국방장관을 맡은 ‘최고 실세’로 꼽힌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를 이끌고 있어 ‘석유왕자’로 불리기도 한다.
◆사우디 왕위계승 1순위 ‘실세’ ADD 콕 집어=현재 사우디 국왕인 살만 빈압둘 아지즈(84)를 대신해 사실상 국정을 총괄하고 있어 이번 방한 일정에서 국빈급 정상 예우를 받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문 대통령의 초청으로 26일 300여명의 수행원과 함께 입국, 1박 2일간의 방한 일정 중 2일째 방문 일정으로 ADD를 택한 것이다.
‘무기 매니아’로 알려진 빈살만 왕세자는 해외에서 무기를 수입할 때 해당 무기의 제조 기술도 전수받고 싶어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ADD 방문 일정도 왕세자가 ‘단순 무기 전시장 관람이 아니라 한국의 무기 개발 연구소를 보고 싶다’고 해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 측은 한국이 자체 기술로 상당한 수준의 무기를 만드는 것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 역시 앞으로 한국과 같이 높은 수준의 무기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제작해 ‘자주국방’을 실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우리 정부는 사우디 왕세자 방한을 계기로 ‘사우디판 ADD’ 설립에 필요한 다양한 지원방안을 사우디 측과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에서 무기 분야의 ‘한류’가 본격화되는 셈이다.
ADD는 박정희 대통령 재임 시절인 1970년 국방과학연구소법에 따라 설립된 국방부 산하 기관이다. 국방력 강화에 필요한 무기의 연구 및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ADD 주도로 개발된 첨단 무기는 셀 수 없을 정도다. 대표적인 한국산 명품 무기인 K-9 자주포가 ADD의 작품이다. 그밖에 지대공 유도미사일 천궁, 현무 탄도미사일 등 우리 국방력을 극대화시키는 첨단 무기들 역시 ADD가 주도한 것들이다.
앞서 우리 정부는 사우디와 합작 투자를 통해 자주포, 전차 등을 사우디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고 관련 기술을 이전하는 방안 등을 논의해왔다.
이날 ADD 방문에서 왕세자 일행은 국산 ‘명품무기’로 꼽히는 K-21 보병전투장갑차, K-2 전차, K-9 자주포, K-30 비호, 다연장로켓(MLRS) 천무와 천무-2 등을 둘러봤다.
한국은 이들 무기체계를 해외 무기시장에 수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왕세자 측이 ‘사우디판 ADD’ 설립 대가로 우리 무기를 대량 수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산 명품 무기들 사우디 대량수입?=K-21은 40㎜ 자동포와 7.62㎜ 기관총을 장착하고 있고, 주야간 및 기동 중에도 정밀 조준사격이 가능하다. K-21의 성능을 직접 제조해 구현하려면 조준경과 사격통제장치, 위협 경고장치, 피아식별기 등의 기술을 갖춰야 한다.
K-2 전차는 120㎜ 활강포와 표적 자동탐지 및 추적 장치, 능동방호장치, 피아식별장치 등을 갖추고 있다. 1500마력으로 시속 70㎞의 속력을 낼 수 있고, 스노클링 기능으로 깊이 4m의 강물에 잠수해 강을 건널 수도 있다.
사거리 40㎞인 K-9 자주포는 1분에 6발을 쏠 수 있고, 최대속력은 시속 67㎞ 대로, 현대 육군전의 전형이 된 ‘원거리 타격 뒤 보병 점령’에 가장 효과적인 공격 수단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사 갈등 당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자주포로 제압한 바 있어 러시아 접경 지역 국가들이 K-9 자주포 수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핀란드, 노르웨이, 폴란드 등과 터키, 인도가 한국산 K-9 수입국이다.
특히 한국산 K-9 자주포는 세계 명품무기로 손꼽히는 독일산 자주포(PHZ2000)과 비교해도 성능이 뒤떨어지지 않으면서 값(약 40억원대)은 절반 이하여서 ‘가성비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독일제 자주포는 단종된 상태여서 AS도 한국산이 유리하다. 한국군에 2000년 실전 배치됐고, 터키에 280대, 폴란드 120대, 노르웨이에 24대 수출됐다.
K-30 비호는 저고도로 침투하는 항공기와 헬기 등으로부터 주요 시설과 지상 기동부대를 방어하는 30㎜ 자주형 대공포 체계를 말한다. 520마력의 엔진을 장착하고 피아식별 기능을 갖춘 X-밴드 탐색 레이더와 대공표적 추적용 IR(적외선) 센서, 전자광학추적기 등을 달아 분당 600발로 고속 정밀타격이 가능하다.
기존 MLRS인 ‘구룡’(130㎜ 무유도탄)보다 사거리가 2배(80여㎞) 이상 늘어난 천무는 차량 탑재 발사관과 탄약운반차로 구성된다. 실시간 정밀타격할 수 있는 사격통제장치가 있는 발사관은 239㎜ 유도탄과 227㎜ 무유도탄, 130㎜ 무유도탄을 발사할 수 있다.
227㎜ 무유도탄 1기에는 900여발의 자탄이 들어있어 축구장 3배 면적을 단숨에 초토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무방비의 적 지휘부를 섬멸하기 위해 사용될 수 있는 무기다. 2017년 12월 개봉한 영화 ‘강철비’에서 북한 반란군이 ‘최고 지도자’를 암살하는데 사용한 무기가 바로 이 MLRS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