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급히 시장으로 들어갈 이유는 용변 때문…회사측, 개인적인 물건 구매하려 간 것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근무시간에 급히 화장실을 다녀오다 버스에 치여 사망한 택시운전사에 업무상 재해가 인정됐다.
서울행정법원 제3부(부장 박성규)는 사망한 택시운전사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및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택시 운행 업무를 수행하던 중 인근 시장 내 화장실을 이용하고 돌아오는 과정에서 사고를 당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A씨가 택시를 주차하고 도로를 횡단해 인근 시장으로 들어갔다가 나와 다시 도로를 건너 돌아오는 5~7분 사이에 사고가 발생했다. 재판부는 “시장 입구에서 화장실까지의 거리는 약 100m로 왕복 2~3분이 소요되는 만큼 A씨가 화장실에 다녀왔다고 추론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A씨가 근무하던 회사는 A씨가 개인적으로 물건을 사려고 시장에 다녀오다 사고를 당한 것이므로 업무상재해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2018년 사고가 난 당일 A씨 차량 블랙박스에 찍힌 상황을 보면, A씨는 주정차가 금지된 도로에 택시를 주차하고, 비상등을 켜둔 채 시장 안으로 뛰어갔다. 택시로 돌아오는 A씨의 모습에서도 구매한 물건을 들고 있다거나, 신용카드 등이 결제된 내역 또한 없었다.
근로복지공단도 근무시간 중 시장 내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무단횡단을 할 명확하고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면서 A씨 유족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청구를 거절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는 업무수행 장소가 고정돼 있지 않은 근로자인 택시운전사로서 근무중 식사·휴게·화장실 사용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며 “택시 운행 도중 용변을 보기 위해 시장 내 화장실 대신 회사로 들어갔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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