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부품사 살리자”…56시간 근로시간 노조에 제안

‘생산량 정상화’ 코로나 사태 이후 산업계 요구 잇따를수

특별연장근로 사유 여전히 모호…재계 “제도적 보완을”

노동계 반대 입장도 걸림돌…“영세 사업장 어려움 가중”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산업현장…‘52시간룰’ 균열 조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는 가운데 울산시 북구 현대차 명촌정문에서 1조 근무자들이 마스크를 쓴 채 퇴근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 정순식·정찬수 기자] “근무시간을 늘리지 않으면 인력을 늘려야 하는데 고용부터 교육까지 들여야 할 시간과 비용이 만만찮다. 사정이 어려운 협력사로 내려갈수록 근로시간에 대한 필요성은 더 크다.” (부품사 관계자)

현대자동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한시적 근무시간 연장을 검토하면서 ‘특별연장근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노동조합 동의에 고용부 인가까지 순탄치 않은 과정이 예상되는 가운데 생산량 정상화에 따른 산업계의 요구가 빗발칠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현대차는 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차지부)에 주 56시간으로 근로시간을 늘리는 방안에 대한 협의를 요청했다. 코로나19로 줄어든 생산량을 정상화하고 경영상 어려움에 처한 부품사를 돕기 위해서다.

현대차 노조가 앞서 부품 공급에 대한 중요성과 협력업체 상생을 강조해왔기 때문으로 부품업체들도 부족한 생산량 만회를 위해 노조 측에 협의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노사 협의가 이뤄지더라도 근로시간이 바로 연장되는 건 아니다. 주당 근무시간이 최대 52시간(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이 넘을 경우 고용부 인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별연장근로의 제도적 보완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전날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청와대 원탁회의에서 정부 지원을 호소한 것과 최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해당 문제를 건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장에서는 코로나19와 직접적인 관련성을 입증할 수 없는 경우 특별연장근로 승인이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지난 1월 31일 적용 범위가 확대됐지만, 모호한 사유와 인가 허용에 대한 표현이 불명확하다는 점도 걸림돌로 지적된다.

부산의 한 자동차 협력사 대표는 “생산량을 2배로 늘리면 2~3차 협력사들의 정상화에도 큰 도움이 될텐데 근로시간을 쉽게 연장할 수 없어 난감한 상황”이라며 “납품 물량과 기한을 맞추기 위해 음지에서 쉬쉬하며 초과 근로를 하는 사업장도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산업현장…‘52시간룰’ 균열 조짐

기계·전기기기의 대기업 협력사 및 중소기업계의 현실도 비슷하다. 확진자 발생으로 자가격리에 들어가거나, 중국 등에서의 원자재·부품 수급이 불안해지면서 기존의 52시간제 룰로는 생산 현장을 컨트롤할 수 없다고 기업들은 하소연한다.

정밀기계 수출업체 관계자는 “원자재 조달 상황에 따라 수시로 생산량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납기일을 지키기 위해 근무가능인력을 모두 투입해야 하지만 정규 근로시간 준수로 발주량을 맞추기가 어려워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말했다.

1~2개월 한시적으로 근로시간을 늘리더라도 주 64시간이 부족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생산량 증대로 인한 근로시간 연장이 절실한 상황에서 제도적인 어려움이 계속된다면 기업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코로나19가 잠잠해진 이후 이런 요구는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52시간제 무력화 시도에 반대 입장을 견지하는 노동계도 현실적인 장벽으로 거론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양대 노총이 행정소송으로 협박하는 가운데 인력난과 비용 문제로 죽어나가는 영세 업체가 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며 “우리 산업의 구조상 협력사가 생산을 늘리지 못하면 완성차 공장이 차질을 빚는 연쇄 효과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산업현장…‘52시간룰’ 균열 조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로 멈춰선 완성차 생산라인 모습.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