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륙기동헬기 이어 상륙공격헬기 검토
기품원 선행연구 조사 결과 '국내 개발'
국내 개발과 해외 수입 놓고 갑론을박
국산 성능 떨어져 vs. 절대 기준 없어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해병대에 상륙기동헬기에 이어 상륙공격헬기가 보급될 예정이다.
상륙기동헬기는 상륙작전을 수행하는 해병대원 및 물자를 신속하게 옮겨주는 역할을 한다. 최초의 국산 헬기 '수리온'을 기반으로 개발된 '마린온'이 한국 해병대의 상륙기동헬기다.
상륙공격헬기는 상륙작전 현장에서 각종 무기를 직접 발사하면서 해병대원들을 엄호하는 것이 주 임무다. 상륙기동헬기의 작전 성공을 위해 상륙공격헬기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현재 한국 해병대에 상륙공격헬기는 없으며, 군 당국은 상륙공격헬기 도입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군은 선행연구를 마치고 사업추진기본전략을 수립하는 중이다. 선행연구를 위한 자료 수집 및 분석은 방위사업청 산하 연구기관인 국방기술품질원에서 지난해 하반기 실시해 최근 방사청에 그 결과가 보고됐다고 한다.
방사청이 현재 이를 토대로 사업추진기본전략안을 수립하고 있다. 이 안은 방사청 내 정책기획분과위원회와 국방부 장관이 주관하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통과하면 확정된다.
해당 사업 예산이 3000억원 미만인 경우 정책기획분과위만 통과하면 되고, 3000억원 이상인 경우 방추위까지 통과해야 한다. 해병대 상륙공격헬기 사업은 3000억원 이상이 넘을 것으로 예상돼 방추위까지 갈 사안으로 보인다.
이 사업에 있어 최우선 관건은 상륙공격헬기를 해외에서 수입할 것이냐, 국산 개발할 것이냐다.
기품원의 선행연구 분석 결과는 국산 개발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은 이를 토대로 해병대 상륙공격헬기 사업추진기본전략을 짜고 있다.
다음 단계인 방사청 정책기획분과위와 국방부 방추위는 열리지 않은 상태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각종 위원회 일정이 연기되고 있어 향후 일정은 불투명한 상태다.
다만, 상륙공격헬기의 국산 개발 기조가 알려지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성능 좋은 미국산 상륙공격헬기를 수입하면 될 일을 왜 어렵게 국산 개발하느냐는 비판이 나오는가 하면, 해외 좋은 무기를 수입해서 충당할 거면 애초에 '자주국방'을 모토로 내세울 필요가 없지 않았느냐는 목소리도 터져나온다.
일각에서는 세계 최강 수준인 미국산 공격헬기 등을 비교대상으로 거론하며 속도와 무장능력 등 각종 '스펙'에서 국산 헬기가 뒤진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국내 일부 연구진 및 방산업계에서는 '그런 생각으로는 이미 미국과 유럽의 방산업체가 선점한 거대한 방위산업 시장에 한 발도 들여놓지 못한다'며 맞선다. 미국산과 국산의 성능 비교를 위해 세세한 수치가 제시되기도 하지만, 상륙공격헬기의 절대적인 성능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세계 유수 헬기와의 비교가 적절하냐는 반론도 있다.
과연 어느 쪽 주장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최종 결정은 국가적 대계와 국내 방위산업계에 대한 이해, 방산 외교 등을 모두 고려한 고도의 정치적 결정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 수입을 주장하는 쪽은 단 번에 세계 일류 수준의 상륙공격헬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국산 개발을 주장하는 쪽은 세계 최강의 미국산 헬기와 비교하면 성능 면에서 뒤질 수 있지만, 자체 개발 능력을 이런 과정을 통해 함양하면서 결국 세계적 외국산 헬기들과 경쟁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의 대당 가격은 약 25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한 번 개발된 수리온은 현재 육군기동헬기, 의무후송 전용헬기,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경찰헬기, 소방헬기, 산림청 산불진화 헬기, 해경헬기, 응급구조헬기 등으로 끊임없이 '스핀오프'되면서 쓰임새를 늘려가고 있다. 수출이 성사될 경우, 국내 방산업계에 또 한 번 큰 획을 그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산 헬기 수리온은 그 자체가 불가능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의 결과이기도 하다.
수리온은 세계 헬기 개발 역사상 보기 드문 기록을 갖고 있다. 2005년 12월 본격 개발에 착수한 지 4년만에 첫 비행에 성공하는 진기록을 세운 것. 2009년 시제기 1호를 출고했고 2010년 첫 시험비행을 마쳤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 12번째 초음속 항공기 개발에 이어 세계 11번째 헬기 개발 국가로 올라섰다.
다만, 지금까지 뚜렷한 해외 수출 실적이 없어 국내 업계의 속을 태우고 있다.
기회가 없지는 않았다. 필리핀이 2018년 6월께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수리온에 큰 관심을 보였지만, 방한 다음달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추락 사고가 발생해 수출 논의가 답보 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국방분야 기술력은 세계 10위권에 오른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산 무기의 수출도 점차 증가하면서 국제사회의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역대 정부의 차세대 신성장 동력 중 하나인 방산수출 활성화를 위해서는 한국군에서 사용하고 한국군에서 호평을 받는 게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