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몽드 “美대선 성가시게 할 것”

“김여정 자리잡는 계기” 분석도

미국과 유럽 등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이 대남 압박을 고리로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한 행동이란 해석을 내놨다.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16일(현지시간) “북한의 행위는 트럼프 미 행정부에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라며 긴장을 고조시켜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관측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도 “한반도에서 진행된 2년간의 데탕트(긴장완화)가 끝났다”며 “북한 문제는 미 대선 캠페인에서 주요 이슈가 되어 미국을 성가시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이번 북한의 행동이 정치적 이득을 위해 영변 원자로 냉각탑(2008년)과 풍계리 핵실험장(2018년)을 폭파한 과거 고도의 시각적·상징적 조처와도 연결된다고 봤다.

레이프 에릭 이슬리 이화여대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에 “북한이 국제 사회의 경제제재에 관한 양보를 받아내기 위해 한국을 전략적으로 압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리비에 기야르 프랑스 국제관계전략연구소(IRIS) 아시아연구센터장도 현지 연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미국에 자신을 간과해선 안된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 것”이라며 “과거에 항상 그랬던 것처럼 북한은 한국을 상대로 압박 수위를 최대한 끌어올리고 한국은 여기서 발생하는 우려와 불확실성을 미국에 전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번 행위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 방향을 바꾸는 데는 역부족일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라몬 파체코 파르도 유럽연구소 한국석좌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11월 미국 대선 전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핵실험 같은 실질적 긴장 고조만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을 끌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는 북한의 대남 강경책이 이를 주도하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위치를 공고하게 하는 데 활용될 것이란 해석도 내놨다.

‘남북관계 긴장, 평양의 새로운 강인한 여성’이란 제목의 기사를 쓴 FAZ는 “김 제1부부장이 오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그늘에서 처음으로 벗어났다”고 했다. 미국 내 다수의 전문가들은 WSJ에 이번 사건이 김 제1부부장에게 ‘강인한 리더십’이란 이미지를 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제1부부장이 김 국무위원장을 위한 외교적 무대를 마련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성윤 미 터프츠대 교수는 “김 제1부부장이 ‘배드캅(나쁜 경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는 북한이 한국·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때 오빠가 웃으며 나설 무대를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동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