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게임은 눈맛.”
‘눈’으로 게임을 즐기는 트렌드가 뚜렷해지면서 게이밍 모니터 가격이 웬만한 초고화질 TV가격을 뛰어넘었다. PC시장은 매년 역성장하고 있지만, 게이밍 모니터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며 ‘불황 속 호황’을 누리고 있다.
최근에는 200만원대에 달하는 게이밍 모니터까지 출시되고 있다. 초고화질의 올레드 55인치 TV보다도 비싸다. 65인치 LCD TV 가격이 100만원 중반대다.
화려한 그래픽에 게이밍 모니터 ‘폭풍 성장’
게이밍 모니터 시장은 그야말로 ‘폭풍 성장’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게이밍 모니터(주사율 120㎐ 이상) 출하량이 3년 만에 6배 넘게 뛰었다. 2016년 123만대에서 지난해 768만대로 증가했다. 국내 게이밍 모니터 시장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2016년 2만7700대에서 지난해 24만7900대로 10배 가까이 커졌다.
전망도 밝다. IDC는 “높은 해상도와 빠른 프레임 속도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며 2023년까지 게임 모니터 시장이 연평균 11.8%로 성장, 연간 출하량 1230만대를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IDC는 같은 기간 게이밍 데스크톱과 노트북의 연간 성장률을 각각 -0.2%, 7.4%로 전망했다. 게이밍PC 제품군 안에서 모니터 성장세는 독보적이다.
게이밍 모니터의 부상은 고사양 게임의 인기와 맞물려 있다. 2016년 오버워치(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2017년 배틀그라운드(펍지) 등 고사양 게임이 출시되며 게이밍PC 시장에 불이 붙었다. 화려한 그래픽과 화면 전환 속도가 빠른 게임 콘텐츠가 늘어나면서 이를 구현할 고사양 컴퓨터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특히 모니터는 게이밍PC의 ‘결정체’다. 고사양 게임을 매끄럽게 즐기기 위해서는 수준 높은 그래픽을 구현할 모니터가 필요하다.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 처리장치(GPU), 램(RAM) 등 부품이 뛰어나도 모니터 성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화면 찢어짐, 지연(렉) 등이 발생한다.
업계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PC의 성능을 체감하는 부분은 ‘모니터’이기 때문에 게이밍 모니터에 대한 수요가 높을 수밖에 없다”며 “PC와 노트북 시장이 침체한 가운데 게이밍 모니터 시장만 사실상 유일하게 성장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제조사도 게이밍 모니터 라인업을 확대하고 e스포츠 구단과 파트너십을 맺으며 적극 홍보에 나서고 있다. e스포츠 마케팅으로 자사 게이밍 모니터와 소비자들 사이의 접점을 늘린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2016년부터 꾸준히 게이밍 모니터를 내놓고 있다. 190만원짜리 게이밍 모니터 ‘오디세이G9’를 국내에 출시한다. 49인치 초대형 커브드(curved) 모니터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지난달부터는 글로벌 e스포츠 전문기업 ‘SK텔레콤 CS T1’과 파트너십을 맺고 선수들에게 신제품 ‘오디세이 G7·G9’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
LG전자는 2018년 게이밍 브랜드 ‘울트라기어’를 론칭했다. 모니터 종류만 해도 15개다. 가장 비싼 모델은 219만원(38GL950G)에 달한다. LG전자는 이달 초 북미 e스포츠 게임단 ‘이블 지니어스(Evil Geniuses)’와 손을 잡았다. 훈련장에 울트라기어 모니터를 배치하고 유니폼에 로고를 부착하는 등 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