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방산업계 살리고 기술 국산화 이룰 묘수 도출해야

마지막 3차 양산 앞두고, 방사청·개발업체 힘 모아야할 때

K2전차 완전 국산화 노력, 시간에 쫓겨 물거품 되나

[헤럴드경제=윤정희 기자] 국산과 독일제를 섞은 ‘혼종 심장’을 단 K2(흑표)전차의 파워팩을 완전 국산화 하려는 노력이 또다시 위기에 처했다.

그동안 K2전차의 심장은 2015년 1차 독일제 파워팩(엔진+변속기)을 단 100대, 2019년 2차 국산 엔진과 독일제 변속기(독일 RENK사 제작)가 혼합된 파워팩을 단 100대, 총 200대가 운용되고 있다. ‘한국형 전차’라는 이름을 달기가 애매한 상황이다.

이에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은 2021년 3차 양산분에 국산 변속기가 포함된 순수 국산 파워팩을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현재 업체측과 내구도 평가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3차 양산계약을 앞두고 시간에 쫓기면서 국산 변속기 적용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K2전차 3차 양산에 국산 변속기를 채택하려면 연내에 내구도 평가를 마쳐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전차의 수명주기인 9600km만큼 변속기를 돌려야 하기에 소요되는 시간만 320시간. 이 과정에 필요한 시간은 최소한으로 잡아도 3개월이다.

시간이 촉박한 상황임에도 방사청은 업체와의 절차에서 8주에 가까운 시간을 허비해 빈축을 사고 있다.

변속기 개발업체인 S&T중공업 등에 따르면 국산 변속기의 ‘최초 생산품 검사 추진을 위한 계약 전 양산품 품질보증활동 승인 신청’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혼선을 빚은 것.

최초 생산품 검사를 앞두고, 품질보증 승인 과정에서 방사청은 S&T중공업 측에 신청서 제출을 요구했다. 업체가 신청서를 제출하고, 방사청이 이를 승인하면 최초 생산품 검사로 이어지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방사청은 업체가 제출한 신청서를 반려했다. 이유는 국방기술품질원과 ‘용역계약’을 통한 품질검사를 해야 한다는 것. 결국 S&T중공업 측은 다시 품질검사 계획서를 제출했고, 3차 양산까지 빠듯한 일정에 아까운 시간만 허비됐다.

이처럼 국산 변속기의 내구도 평가 과정이 지체되자 K2전차 3차 양산사업과 관련해 체계업체인 현대로템과 주요 협력사들은 지난 8일 ‘K2전차 3차 양산계약 준비 검토협의회’를 개최했다. 회의 내용의 골자는 내구도 평가가 지체된 변속기를 제외하고 연내 양산계약 체결이 시급하다는 내용이었다.

1100여개의 중소 협력사들의 피해가 우려되므로 변속기 문제로 3차 양산사업 전체가 지연되어서는 안된다며 방산업체들의 생존을 위해 조속한 사업 추진을 촉구하고, 연내 계약 체결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줄 것을 요구했다.

K2전차는 총 3차에 걸쳐 양산돼 300대가 우리 군에 보급된다. 차체와 엔진 등 모든 기술이 국산화 됐지만, 변속기는 독일 업체의 제품을 달고 있다. 이 때문에 3차 양산은 K2전차 기술의 100% 국산화를 이룰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지만, 이 마저도 물거품이 될 우려가 커졌다.

K2전차 100% 국산화를 위해 방사청이 ‘운영의 묘’를 생각해야내야 하는 상황에 도달했다. 어려움에 빠진 방산업계를 살려내고, 국방기술 국산화를 동시에 이뤄낼 수 있도록 묘안을 짜내야 한다는 것이다.

국산화를 포기하고, 독일제 변속기를 선택하는 건 쉬운 일이다. 반면 내구도 평가에서 공정성을 보장하고, 국산 변속기를 개발해 적용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K2전차에 거는 국민적 기대가 큰 만큼, 개발업체들과 방사청이 깊이있는 논의와 숙고를 해야하는 이유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