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울산 등 비규제지역 아파트값 매달 1억원↑
서울에선 15억원 넘긴 신고가 거래 속출
정부 ‘매매시장안정’이랬는데 시장은 반대로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제가 거주하는 아파트는 최근 1년 만에 아파트 가격이 4억~5억원이 올랐습니다. 40대 중반인데 더는 앞길이 보이질 않습니다. 조속히 부산 전역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해주십시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을 비롯해 정부 인사가 잇따라 “매매시장은 안정됐다”고 밝힌 가운데 국토교통부 여론광장에는 연일 집값 상승에 따른 소외감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특히 부산·울산 등 지난 6·17대책에서 규제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곳에서는 아파트값 급등과 그에 따른 전셋값 상승의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이가 많다. 규제 부작용인 ‘풍선효과’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부산·울산 등 비규제지역 아파트 올 들어 수억원 상승
4일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부산 수영구의 바다 조망 재건축 아파트인 삼익비치타운은 지난달 12일 115㎡(이하 전용면적)가 16억5000만원 역대 최고가에 팔렸다. 같은 동, 같은 면적 매물은 지난해 12월 31일 11억6500만원에 매도된 바 있다. 1년 새 5억원이 오른 것이다.
부산 금정구 래미안장전 84㎡도 지난달 24일 10억원 신고가에 팔렸다. 6·17대책 전인 5월 말 이 아파트 같은 동 매맷값은 7억8000만원으로, 몇 달 새 2억원 이상 급등했다.
비규제지역인 울산도 상황은 비슷하다. 울산 남구 문수로2차아이파크1단지 84㎡는 지난달 25일 12억원에 팔렸다. 역대 최고가다. 연초 매맷값은 7억3000만원으로, 7월부터 8억원대에 매매가 이뤄지기 시작해 매달 1억원씩 올랐다.
옥동롯데인벤스로얄 84㎡도 연초 5억원대에서 7월 6억원대로 올라선 뒤 9월 7억원대에 거래되고, 급기야 10월 27일에는 8억9800만원에 팔렸다.
울산에 거주하는 우모 씨는 국토부 게시판에 “울산 아파트값이 신축을 중심으로 매물은 잠기고 가격은 폭등 중”이라며 “최근 몇 달 동안 5000만~1억원 가까이 집값이 오르고 있고 이를 실수요자가 고스란히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서울도 잇달아 대출제한선 넘겨 신고가…KB선도50지수 최고치 기록
문제는 지방 비규제지역만의 ‘상승’이 아니라는 데 있다. 서울에서도 매매 거래가 줄었을 뿐 신고가 거래는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강북 핵심지에선 주택담보대출제한 가격대인 15억원을 넘어 최고가에 팔리는 아파트가 점점 늘고 있다. 지난달 11일 동대문롯데캐슬노블레스 84㎡는 15억3000만원에 매도되며, 한 달 전 매맷값 14억3000만원보다 1억원이나 몸값을 높였다.
성동구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 59㎡도 지난 10월 10일 일어난 15억3000만원 매매 계약건이 실거래 신고되며 처음으로 15억원을 넘었다. 올해 첫 거래가는 12억5000만원으로, 올 들어 2억5000만원이나 상승했다.
마포구에선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등 대장 아파트가 아닌 구축도 15억원 위에서 팔리고 있다. 입주 15년차인 래미안공덕3차는 지난달 6일 84㎡가 15억7000만원 신고가에 팔렸다. 연초부터 6월까지 14억원대에 머물렀는데, 정부가 매매시장 안정을 자신한 지난달 갑자기 1억원 이상 오른 값에 계약됐다.
때문에 실제 시장에선 “거래가 줄고 관망세지만 하락세를 느끼긴 어렵다”는 이가 많다. KB국민은행의 10월 월간주택가격동향의 KB선도아파트50지수도 123.3으로, 지난달 오름세를 이어갔다. 해마다 12월 기준 시가총액 상위 50개 단지 아파트 가격변동률을 지수화한 이 지수는 랜드마크 아파트의 가격지표로 활용된다. 지난 2019년 1월을 100으로 두고, 가격 움직임을 살펴보는데 올해는 4월부터 6월 사이에 오르내리다 7월부터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 10월 최고조에 올랐다.
yjsu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