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연한 맞은 중계그린·창동주공 등 소유주

재건축 논의 활발 “예비안전진단 도전”

노후 임대아파트들도 순차적 재건축

‘랜드마크 단지’로 재탄생 주목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와 정밀안전진단 기준 강화, 실거주 2년 의무화 등 정부의 정비사업 규제 강화 기조 속에서도 서울권의 1990년대 준공 아파트들이 재건축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재건축사업이 장기전인 만큼 출발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다만 정책 변화와 시장 상황을 신중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반론도 일부 제기된다.

겹규제 뚫고…‘서울 90년생 아파트’ 재건축 기지개 [부동산360]
서울 노원구 중계동 중계그린 단지의 모습. [카카오 로드뷰]

중계그린·창동주공 등 재건축 논의 본격화 “예비안전진단 도전”

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1990년 8월에 입주한 노원구 중계동 중계그린의 소유주를 중심으로 예비안전진단 신청에 대한 온·오프라인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중계그린은 중계역 역세권에 위치하며, 총 3481가구에 달하는 매머드급 단지다. 등기부등본상 등기일(준공일)로부터 30년이 지나면 재건축의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는 정밀안전진단 신청이 가능하다.

중계그린의 한 소유주는 “현재 실소유주를 중심으로 단체채팅방이 개설된 상황”이라며 “이르면 올해 안에 예비안전진단을 신청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길 건너편에 위치한 중계무지개(2433가구·1991년 준공) 단지와 중계그린이 통합 재건축에 나설 경우 중계역 일대가 ‘미니 신도시’로 탈바꿈할 것으로 관측된다.

도봉구 창동역 일대에 위치한 창동주공 단지들도 재건축 논의가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1988년부터 1991년까지 입주가 이뤄져 대부분 재건축 연한인 30년을 채웠거나 임박해 있다.

이 가운데 1990년에 준공한 총 30개동, 2856가구 규모의 대단지인 창동주공3단지가 주목받는 곳으로 꼽힌다. 3단지 소유주들은 최근 인터넷카페를 개설하고 예비안전진단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3단지와 같은 해 들어선 창동주공1단지(808가구)·2단지(750가구)와 1991년에 지어진 녹천역 역세권 창동주공4단지(1710가구) 소유주들도 정보 공유를 위한 단체채팅방을 만들고 재건축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비안전진단은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하기 전에 구청에서 진행하는 예비 실사를 말한다. 이후 용역업체를 통한 1차 안전진단과 2차 안전진단(공공기관 적성검사)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1차에서 점수에 따라 A~E등급으로 나뉜다. 1차에서 E등급(30점 이하)을 받으면 곧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지만 D등급(31~55점)이면 2차 안전진단에서 최종 판정을 다시 받아야 한다.

다만 1990년 준공 아파트가 모두 재건축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 용적률과 대지지분율 등 사업성이 좋지 않다고 판단되면 재건축이 아닌 리모델링으로 사업을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평형대가 다양하게 분포한 단지의 경우 소유주 간 이해관계가 달라 사업속도가 천차만별로 갈릴 수 있다.

올해 입주를 마친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장은 “재건축을 진행하다 보면 어려운 상황이 항상 오게 된다”면서 “큰 흔들림 없이 우직하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겹규제 뚫고…‘서울 90년생 아파트’ 재건축 기지개 [부동산360]
서울 하계주공5단지 재건축 이미지. [SH공사 제공]

1990년대 지어진 임대아파트의 ‘랜드마크화’ 주목

정비사업 연한(30년)을 채운 임대아파트 단지의 공공 주도 재건축도 주목된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지난 9월 현 서울 시내 임대아파트 34개 단지(3만9802가구)를 재건축해 향후 20년 동안 최대 2만3000가구를 추가로 공급하겠다는 재정비사업계획안을 밝힌 바 있다.

서울시와 SH공사는 노후 임대주택의 재정비를 통해 공급 확대뿐 아니라 임대아파트의 랜드마크화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용적률을 500%까지 높여 최대 50층까지 다시 짓도록 해, 주변의 기피시설이 아닌 개방형 복지시설로 만들겠다는 의미다.

SH에 따르면 1989년 준공한 하계5단지(640가구)를 비롯해 준공 30년 기한을 채운 노후화된 임대주택 단지들을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재정비 착공에 들어간다. 이어 성산단지(1991년 준공, 1809가구), 면목단지(1991년 준공, 905가구) 등 1990년대 준공 단지들 뒤를 이을 전망이다.

강남권에서는 1991년 준공한 개포동 SH대치1단지(1623가구)와 1992년과 1993년에 각각 준공한 SH수서1단지(2200가구), SH수서6단지(1500가구) 등이 주목되는 곳으로 꼽힌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서울 시내 상당수 임대아파트 단지가 역세권에 있어 공급 증가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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