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로 고민 깊어진 강남 다주택자
내년 3~5월 매물 추이 주목
“규제 완화 퇴로 열어줘야” vs “현 기조 이어질 것”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올해 공시가격이 반영된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대상자들에 일제히 고지된 가운데 사실상 ‘세금 폭탄’을 맞은 서울 강남권 다주택자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다주택자가 당장 시중에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다만 정부 정책과 시장 상황 등에 따라 내년 3월부터 5월 말까지의 매물 추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4일 부동산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마포구 아현동 마포 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5㎡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4㎡를 소유한 2주택자의 종부세 부과액은 올해 1857만원에서 내년 4932만원으로 2.7배 오를 전망이다. 종부세에 재산세 등을 합한 보유세의 경우 올해 총 2967만원에서 내년에는 6811만원으로 급등한다.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보유자들의 세금 부담은 앞으로 더욱 커진다. 7·10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의 종부세 최고세율은 기존 3.2%에서 6%까지 올라간다.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올해 90%에서 2021년 95%, 2022년 100% 등 순차적으로 상승하고, 기존 공시가격도 2030년까지 시세 대비 90%까지 현실화가 예고돼 있다.
정부의 강력한 ‘세금 강화 정책’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강남권 다주택자들도 금융권 PB(프라이빗뱅커) 센터 등을 찾아 세금 시뮬레이션을 의뢰하는 등 관련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향후 다주택자들의 1순위 선택지로는 증여가 꼽힌다. 김연화 IBK기업은행 자산관리전략부 부동산팀장은 “위치가 좋은 아파트를 보유한 경우 (다주택자들이) 매각을 결정하기보다는 자녀에게 증여를 희망하는 성향이 강하다”면서 “다만 증여취득세(최대 12%) 등 세금 부담이 커지면서 고민을 호소하는 일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누적 주택 증여 건수는 7157건으로, 지난해 연간 증여건수(4371건)를 훌쩍 뛰어넘었다.
증여가 여의치 않을 경우 다음 선택지로는 일단 버티면서 매도 여부를 타진해 볼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양도소득세 중과로 매도할 때의 부담도 만만치 않은데다, 최근 서울 전세난이 심화하면서 매매와 전세 시장 모두 전반적인 공급 부족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매물 증가로 인한 집값 하락 여부 또한 시장 상황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정섭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올해 초에도 서울 다주택자의 절세 매물이 상당수 나왔지만, 1주택 실수요자들이 그대로 (매물을) 받아내면서 뚜렷한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면서 “내년에도 3월부터 5월까지 절세 매물이 다수 나올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은 공급 부족 상황이 지속될 경우 가격에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만성적인 공급 부족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부담을 일시적으로 정상세율로 완화하는 등 다주택자에게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정부가 기존 정책 기조를 쉽게 바꾸기는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반론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경우 지지층으로부터 ‘부동산 투기를 인정해 줬다’는 비판에 시달릴 수 있다”면서 “2024년까지 여당의 국회 다수당 지위가 굳건한 만큼 당분간 현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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