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싼 아파트’ 갈수록 사라져
노도강, 금관구 비롯 서울 외곽지역 매맷값 상승
수도권도 최근 상승폭 확대돼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입주 20년 차를 맞은 서울 관악구 봉천동 두산아파트는 지난 14일 84㎡(이하 전용면적)가 10억원에 팔리며 역대 최고가를 다시 썼다. 이 아파트는 6월까지만 해도 9억원을 밑도는 값에서 매도가 됐는데 7월부터 9억원 후반대로 갑자기 1억원 가까이 올랐다.
입주 15년이 다되는 성북구 길음뉴타운 6단지 래미안도 이달 4일 59㎡가 9억6000만원 신고가에 팔리며 10억원 턱밑까지 올랐다. 이 아파트도 8월부터 9억원을 넘기며 최근 서너달간 값이 크게 올랐다.
서울에서 비교적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돼있던 외곽지역도 속속 집값이 10억원 가까이 오르거나 넘어서고 있다. 무엇보다 새 아파트가 아니라 입주 10년이 넘은 구축도 몸값이 나날이 높아지면서 ‘싼 아파트 찾기가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시장 안팎에선 이 같은 중저가 아파트 품귀가 전형적인 규제의 부작용으로 보고 있다.
고가 아파트 규제로 중저가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7월 말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까지 이뤄지자 2030세대의 매수세는 더 거세졌다. 전셋값의 급등으로 앞서 나타났던 ‘패닉바잉’은 “전셋값 상승분을 떠안느니 차라리 사자”는 ‘체념바잉’으로 나타나며, 중저가 아파트 매맷값을 끌어올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30세대의 서울 아파트 매입비중은 8월 40.4%에서 9월 41.6% 로 올랐고, 10월에는 43.6%까지 치솟았다.
사정은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도 다르지 않다. 특히 11·19 대책에 수도권 중 김포가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파주나 일산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지난 10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5억원이면 산다’고 언급해 화제가 된 일산서구 덕이동 하이파크시티 1~5단지도 최근 값이 올랐다. 이 단지들은 중대형이 5억원대에서 6억원대로 상승했는데, 중소형도 오름세에 합류했다. 17일 2단지 84㎡가 5억2000만원 신고가에 거래됐는데, 연초만 해도 146㎡의 실거래 등록값이 5억2900만원선이었다.
일산동구 일산요진와이시티도 59㎡가 10월말 7억2000만원 신고가를 찍었고, 244㎡는 30억원에 실거래 등록이 됐다.
파주에서도 운정신도시 아이파크 84㎡가 18일 8억4500만원에 오르며, 3개월 새 3~4억원의 매맷값 급등을 모였다. 7월 초만 해도 4억원대에서 5억원대에 거래됐던 바 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신도시는 김포의 조정대상지역 지정에 따른 풍선효과로 일산에서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일산 마두동이나 주엽·대화동에서 지난 한 주간 500만~1000만원의 매맷값 상승이 나타났고, 평촌이나 광교에서도 매맷값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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