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월 100만원 가까이 내는데 혜택은 갈수록 적어지고…그나마 있던 커피 쿠폰도 코로나 때문에 ‘휴지조각’ 됐네ㅠㅠ”
# A씨는 모 이동통신사의 VIP 등급 회원이다. 월 8만원이 넘는 고가의 5G(세대) 요금제를 쓰고 있다. 많은 돈을 납부하는만큼, 연 6회 제공되는 전용 혜택이라도 활용하자는 생각에 다양한 할인을 알뜰히 이용해왔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VIP 혜택이 ‘휴지조각’이 됐다. 주로 사용하던 미디어 무료 혜택도 갑자기 사라졌다. A씨는 “공지도 없이 제휴처를 마음대로 바꾸고 매년 혜택을 늘리기는 커녕 줄이고 있다”며 “매달 10만원 가까이 내는데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이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연 100만원 이상을 납부해야 부여되는 통신사 VIP 멤버십 혜택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문화·레저·여가 활동은 물론 야외 활동까지 어려워지면서 쓸만한 게 거의 사라졌다. 매달 고가의 요금을 지불하는데도 실용성이 없어 소비자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무용지물’된 영화·미술관 할인…커피마저 거리두기로 ‘휴지’
SK텔레콤은 VIP 전용으로 ‘VIP 컬처’, ‘VIP 라이프’, ‘VIP 픽’을 운영하고 있다. 공연 무료·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VIP 컬처’ 및 프로야구 경기 연6회 무료입장 혜택은 코로나19로 사실상 사용이 불가하다.
8개 중 1개 혜택을 매달(최대 연 6회) 선택할 수 있는 ‘VIP 픽’ 중 면세점 할인, 영화관 무료티켓 등도 쓰기 어렵다. 이에 반사 인기를 누렸던 커피 1+1 쿠폰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올라가면서 쓰기 어려워졌다. 특히, 코로나19 사태에 인기가 높았던 미디어 혜택 ‘플로(FLO)’ 무제한 듣기 1달 무료, Btv 7700원 할인이 사라지면서 언택트에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
KT VIP 등급에만 제공하는 ‘VIP 초이스’ 12개 중 5개도 영화관 또는 미술관 혜택이다. 미술관 혜택은 아예 한시적 이용 불가다. 뷰티 매장 할인 쿠폰은 월 5000명 한정으로 품절되는 경우가 많다. 스타벅스, 던킨도너츠, 달콤커피 등 카페 쿠폰을 제외하면 G마켓 3000원 할인 쿠폰 2매 밖에 남지 않는다.
연 200만원 이상 납부하는 VVIP 등급의 초이스 혜택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6가지 전용 혜택 중 4가지 ▷인천공항라운지 ▷서울스카이 ▷서울랜드 ▷CGV는 코로나로 이용이 어렵다. 아웃백 할인권도 외식을 꺼리게 되면서 사용성이 낮아졌다. 이외 블루보틀 굿즈는 매달 1000명 한정이다. 결국 대다수가 도미노피자 할인만 쓸 수 있는 형국이다.
LG유플러스도 영화·뷔페·여가를 제외하면 커피·마트 이용권이 대부분이다. 사실상 통신3사 VIP 혜택과 일반 등급의 차이는 거의 없고, 그나마 있던 커피 무료 쿠폰도 현 시국에서는 쓸모가 없다.
▶1년에 최소 90만원 내야 ‘VIP’…혜택은 점점 줄어
VIP 선정 기준은 통신사마다 다르지만, 평균 연 100만원 납입이 조건이다. SK텔레콤은 ▷연 60만원 이상 납입 & 5년 이상 가입 ▷연 90만원 이상 납입 & 2년 이상 가입 ▷0플랜 라지, 5GX 스탠다드 등 특정 요금제 가입, KT는 ▷연간 납부액 100만원 이상 ▷슈퍼플랜 베이직, 데이터ON 비디오 등 특정요금제 가입자, LG유플러스는 ▷연간 납부액 100만원 이상 ▷월 7만4800원 요금제 이상 가입자를 VIP 선정 기준으로 삼고 있다.
소비자들은 고가 납입액에도 불구하고 VIP 혜택을 “쓸 곳이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또 멤버십 혜택이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에 비해 혜택 범위와 제휴처가 축소됐다는 것이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가뜩이나 쓸 곳이 없어 영화관 쿠폰을 애용했는데 시국이 이러니 e커머스 할인권이 제일 좋은게 됐다”며 비꼬기도 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소비자의 59.3%는 이동통신사 멤버십 포인트를 기간 내 소진하지 못한다. 이용자들은 멤버십 관련 불만으로 '상품 구매 시 포인트로 결제할 수 있는 비율이 낮다'(36.6%), '사용 가맹점이 적다'(22.2%) 등을 꼽았다. 또 전체 52.3%는 '포인트로 통신비 결제가 가능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