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상품기획실 신설 1년 만
메모리 컨트롤타워 AI 전략 재정비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삼성전자가 메모리사업부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상품기획실의 수장을 전격 교체한다. 지난해 조직 신설 뒤 1년 만이다. 최근 메모리사업의 실적 부진 여파로 위기설이 고조되는 가운데, AI 고객사 확보 전략을 재검토해 내년 본격적인 반등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르면 27일 단행될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에서 대규모의 물갈이가 단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부문은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실장을 교체할 예정이다. 전날 상품기획실을 포함한 일부 조직의 임원들에게 퇴임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상품기획실은 지난해 12월 메모리사업부의 컨트롤타워 역할 조직으로 신설된 곳이다. ‘비즈니스 코디네이터(Business Coordinator) 전문가 조직’을 표방하고, 제품 기획부터 사업화 단계까지 전 영역을 담당해왔다. 고객 기술 대응 부서들을 하나로 통합해 AI 시대의 개별화된 고객 요구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목표다. 맞춤형 HBM, ‘프로세싱 인 메모리(PIM)’, ‘제2의 HBM’ 시장으로 평가받는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등 미래 솔루션 발굴도 상품기획실이 맡고 있다. AI 시대 메모리 전략을 진두지휘하는 조직인 셈이다.
상품기획실장의 교체는 AI 시대 메모리 제품의 중장기 로드맵을 다시 짜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맞춤형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차세대 솔루션을 포함한 중장기 로드맵의 변화도 예상된다. LPDDR, GDDR 등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내세워 시장 선점에 나서겠다는 포부다.
상품기획실은 내년 출시 예정인 6세대 HBM4 개발 및 양산에도 주축 역할을 할 전망이다. HBM 시장에서 신제품 출시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는 만큼, 적기에 고객사에 납품하는 것이 중요하다. AI 시대 요구되는 맞춤형 전략, 고객사와의 소통, 선행 기술 등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영현 DS부문장은 지난 5월 취임 후 각 사업부 현황 및 연구소 개발 단계 등을 점검하고 메모리 기술력 강화를 강조해온 바 있다. 파운드리 사업의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반도체연구소의 연구 인력을 현업 사업부서로 배치해 연구개발(R&D)을 강화하는 등 근원적 기술 회복을 주문하고 있다.
27일로 점쳐지는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에서는 그룹 고유의 ‘신상필벌’ 원칙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지난 2022년 10월 회장에 취임한 이재용 회장은 그간 변화 보다는 안정에 초점을 맞춘 인사를 단행해왔다. 그러나 최근 반도체 실적 부진으로 위기설이 짙어지면서 조직 쇄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DS부문에서는 부사장급을 중심으로 칼바람이 예고되고 있다. 메모리, 파운드리, 시스템LSI 등 세 사업부장도 교체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