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등에 여대 출신 채용 괴담 확산
고용노동부 “사실관계 파악 중…위반 확인 시 처리할 것”
법률전문가 “민사적 책임 물을 수 있으나 입증 어려울 것”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남녀공학 전환 논쟁으로 갈등을 빚은 동덕여대 사태와 관련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여대 출신은 채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글이 확산하는 가운데, 정부가 실태 파악에 나설 방침이라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26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 등에 올라온 여대 출신 채용과 관련한 일부 차별적인 글을 정부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날 매체를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고 법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블라인드 등 일부 직장인 커뮤니티에는 대기업 재직자로 보이는 이들이 “인사팀 필터링(거르기) 이미 시작됐다”, “지금까지는 조용히 거르고 있었는데 명분이 생겼으니 대놓고 거를 예정”, “(이력서에) 여대 적혀 있으면 바로 손절”등의 댓글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5일에도 “실무진 면접 들어갈 때 여대는 거르고 시작한다”는 댓글이 달리면서 논란이 일었다.
아울러 지난 16일엔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이우영 이사장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동덕여대를 암시하며 “블라인드 채용제도라 할지라도 가능하다면 이 대학 출신은 걸러내고 싶다는 생각”이라고 적어 사과에 나섰다.
이 이사장은 논란이 일자 “일부 폭력 등에 대해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 앞서다 보니 표현이 적절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며 사과했다.
온라인에 게재된 글의 특성상 진위를 확인하기 어렵지만,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에 대한 법적 처벌이 가능한 지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법률전문가는 “불합리한 차별로 확인될 경우 그에 따른 민사적 책임을 물을 수 있겠지만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나동환 변호사(법률사무소 향진)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우선 해당 사건이 헌법에 따른 차별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며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제1항 후문에는 ‘성별, 종교, 사회적 신분’을 구성요건의 표지로 사용하지 말라는 것을 정하고 있다. 특정 여대 출신이기에 채용에서 불이익을 주었다는 것은 ‘여성 그 자체’를 차별한다고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 변호사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특정 ‘사회적 신분’에 의한 차별로 봐야하는 것에 가까운 사안”이라며 “판례 등에서는 헌법상 ▷학력 ▷정치관 ▷건강 ▷연령 등의 사유를 기반으로 한 고용에서의 차별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학력(특정 여대)이라는 불합리한 사유에 근거해 고용에서 차별을 둘 경우 이는 헌법에 반하는 차별행위로, 평등권을 침해하는 행위라 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나 변호사는 “다만 이에 따른 차별행위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고 해도 입증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 본다”며 “기업에서 채용과 관련한 인사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경우, 평가에 영향을 주는 여러가지 요소들이 있고 그에 따른 점수가 항목별로 나눠진다. 가령 채용 담당자의 내심은 ‘특정 여대이기 때문에 평가점수를 낮게 부여했다’고 한들 이는 심증의 영역이므로 입증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나 변호사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하거나 채용할 때 남녀를 차별해선 안 된다”며 “본 사태가 여대 출신 전체에 대한 채용차별로까지 확산된다면 이에 따라 처벌할 수 있는 근거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