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부터 토지거래허가제, 실거주 아니면 매수 불가
‘팔 수 있는 매물’ 나오기만 하면 신고가
토지거래허가제 전보다 모두 1~2억원씩 올라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선경1,2차 아파트는 지난달 127㎡(이하 전용면적)와 136㎡가 나란히 33억2500만원과 35억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각각 6월에 이뤄진 직전 거래가보다 1억원 이상 값이 올랐다. 은마아파트와 더불어 대표적인 재건축 아파트인 이 아파트는 지난해 말부터 올 상반기까지 주택시장 가격 상승기에도 홀로 값이 정체돼있었는데, 최근 값이 뛰었다.
시장에선 이 역시 규제 부작용으로 보고 있다. 대치동은 잠실동·삼성동·청담동과 함께 지난 6월 23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이에 실거주 목적이 아니고선 매매를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전세 매물은 물론, 매매 거래도 뚝 끊겼다. 문제는 수요다. 공급이 줄었다고 이 일대 거주를 원하는 사람마저 끊기진 않았기 때문에, 세 끼지 않고 팔 수 있는 매물은 높은 값에 팔리고 있다.
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11월 실거래 등록된 이 일대 아파트는 역대 가장 높은 가격에 팔렸다. 면적도 가리지 않았다.
잠실동 트리지움은 11월10일 59㎡가 18억4000만원에 팔렸는데, 이는 토지거래허가제 시행 전날인 6월22일 기록한 직전 신고가 17억4000만원보다 1억원이 높다. 대치동 대치삼성아파트도 지난달 19일 59㎡가 17억9000만원 신고가에 거래되며, 6월20일 이뤄진 매매가격 17억원보다 1억원 가까이 몸값을 높였다. 규제가 시행되기 전인 5월만 해도 같은 면적 실거래가는 15억6500만원으로 최근 매매가격보다 2억원 이상 낮다.
앞서 래미안대치팰리스도 95㎡가 10월 31일 직전 거래가보다 3억원 이상 오르며 35억9000만원에 거래가 성사된 바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계는 “모두 시세 15억원 이상으로 주택담보대출도 안되고, 토지거래허가제까지 시행되는 ‘규제끝판왕’ 동네인데도 관망세일지언정 하락세라고 보긴 어렵다”며 “매물도 없고 매수자도 적긴 하나, 거래가는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거래가 뜸하던 아파트도 계약서를 쓰고 있다. 청담동 진흥 아파트는 145㎡가 11월 26억7000만원에 최고가를 경신하며, 지난해 9월 이후 첫 거래를 기록했다. 청담e편한세상도 81㎡가 지난달 17억9000만원 신고가를 새로 썼다. 현재 호가는 20억원까지 불린다.
전세는 여전히 구하기 어렵고 값도 매섭게 오르고 있다. 잠실동 리센츠 84㎡ 기준 전세 호가는13억~14억원대로, 실제 지난달 전세 최고가 14억원에 세 건이 계약서를 썼다. 임대차법 이전인 7월 실거래 등록된 전셋값 분포는 9억5000만~11억원이었다.
지표도 이를 뒷받침한다. KB국민은행의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에서 한강 이남인 강남 11개구의 전세수급지수는 지난달 193.9로 강북 14개구(190.7)보다 높았다. 이 지수는 0~200범위로 100을 넘길수록 공급부족을 뜻하는데, 11월 강남 지역 전세수급지수는 2015년 4월 이후 최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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