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새벽 1~2시가 피크타임인 건 옛말…이젠 10시만 돼도 콜이 없어요.”
연말마다 반짝 호황을 누리던 대리 기사들의 수익이 반토막 났다. 수도권 내 모든 음식점과 술집이 오후 9시까지만 운영할 수 있게 되면서 송년회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소위 ‘노다지’로 불리던 강남 등 일부 지역들도 기사 수가 손님 수를 훨씬 넘어섰다. 특히 카카오 대리 등 전화가 아닌 앱을 통한 콜만 받던 일부 기사들은 타격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대리기사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매일 같이 한탄이 이어지고 있다.
대리기사들은 주로 오후 5시부터 새벽까지 근무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밤 9~10시만 돼도 콜이 거의 없어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상당수 기사들은 “수익이 기존의 절반에 못미치는 날도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여파를 크게 체감한다고 호소했다.
한 대리기사는 “작년만해도 12월 되면 하루에 5~6콜은 기본이었다”며 “그러나 올해는 3콜 잡으면 선방했다고 할 정도”라고 말했다.
다른 기사도 “강남, 압구정, 광화문 등은 거의 대리기사가 손님보다 2배 이상 많은거 같다”며 “쏟아지는 콜을 잡기만 했던 때는 옛말”이라고 말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강화됐기 때문이다. 연말에 접어들면서 확진자수가 500명을 넘어서자 정부는 수도권 내 모든 식당과 술집, 마트 등의 운영시간을 오후 9시까지로 제한했다.
문제는 연말 모임이 가장 많을 시기 방역이 강화되면서 대리 기사들이 그 여파를 고스란히 받게 됐다. 이전까지 대리기사들의 12월 하루 수익은 많게는 20만원을 웃돌 정도였다. 그러나 올해에는 5~8만원 까지 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님이 넘친다”던 홍대, 광화문, 강남 등 번화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기사 위치를 나타내는 빨간 표시가 가득하지만, 콜은 예전만 못하다. 기사들은 이런 곳들을 “앵두밭”이라고 표현하며 콜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이에 일부 기사들은 대리 뿐만 아니라 탁송(차만 집으로 배달해주는 것) 등을 병행하며 수익원 창출에 힘쓰고 있다. 카카오대리, 타다 등 앱만 이용하던 기사들은 콜센터를 가진 대리운전 업체를 병행하기도 한다. 여전히 전화를 통해 대리를 부르는 고객이 앱 이용 고객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대리 기사들의 상황은 코로나19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배달 라이더와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거리두기 격상으로 외출을 자제하자 배달 수요가 급증, 라이더들은 ‘귀한 몸’이 됐다.
국내 3대 배달대행 브랜드인 생각대로, 바로고, 부릉이 보유한 라이더 수는 약 13만 5000여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국내 최대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 월 주문건수도 최근 5000만건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