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머리빗에 딱풀, 분필까지 먹는다?”
‘먹방’(먹는 방송)이 점점 도을 넘고 있다. 불닭볶음면에 캡사이신을 먹는 ‘미각 테러’를 넘어서 이젠 딱풀, 빗, 돌멩이, 실내화 등 상식적으로 먹기 힘든 음식을 ‘먹는 장면’까지 연출하는 것.
대부분은 ‘설탕’, ‘초콜릿’ 등으로 모형만 본딴 식용이 가능한 제품이지만, 실제 제품을 섭취하는 장면을 촬영한 유튜버도 적지 않다. 시선을 끌기 위한 방식이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유튜브 구독자 가운덴 어린이들도 있는만큼 모방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구독자수를 공개하지 않은 유튜버를 제외한 국내 먹방계 톱 1,2위는 ASMR(자율감각쾌락반응) 먹방 유튜버가 차지하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 유명한 먹방 유튜버 햄지(구독자 495만명), 문복희(482만명) 등도 3위와 4위에 불과하다. 1위(Jane ASMR, 1090만명), 2위(홍유ASMR, 675만명)와의 격차가 200만명을 넘어선다.
ASMR 먹방은 이른바 ‘소리로 들려주는 먹방’을 지향한다. 그러다보니 초기엔 식감이 바삭바삭하거나 쫄깃쫄깃해 소리를 전달해주기 좋은 음식 위주의 동영상을 게재했지만 점차 비주얼의 비중도 커지면서 구독자의 이목을 사로잡기 좋은 자극적인 색감, 식재료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선 밀가루와 전분, 식용색소 등을 조합해 만든 ‘먹는 색종이’, 한천가루와 우유 등으로 만든 ‘먹는 풀’, 캔디나 초콜릿 등이 주 재료인 ‘먹는 돌멩이’, 설탕이나 스파게티 면 등을 이용한 ‘먹는 빗’ 등 먹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지 못한 형태의 식품들이 주 메뉴가 됐다. 공구나 철수세미 등도 입에 넣는다.
문제는 일부 유튜버들이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식용 제품이 아닌 실제 제품을 섭취하는 등 도를 넘어선 영상을 게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내화, 때밀이수건 등 먹을 수 없는 용품들을 가위로 잘라 먹다가 헛구역질까지 하는 장면이 유튜브 상에 버젓이 노출되고 있다.
시청자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주목받기 위해 몸까지 망치면서 먹방을 하는 게 과연 바람직하냐”는 의문과 함께 “전체 관람가 영상임에도 어린이들이 따라할 수 있다는 걸 간과한 것 같다”는 지적이 댓글에 빗발치고 있다. 일부 ASMR 먹방 영상엔 ‘따라하지 마라’는 안내문구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일각에선 과도하게 자극적인 유튜브 콘텐츠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보다 엄격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단 의견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