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업지로 용도 변경 용적률 대폭 높여
분상제, 재초환 등으로 조합원 혜택은 ‘미지수’
‘대지지분 줄어 조합원 자산가치 반토막’ 비판도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공공재건축의 매력, 드디어 나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SH공사, 한국부동산원이 공동운영하는 공공정비통합지원센터(이하 센터)가 15일 내놓은 ‘공공재건축 사전컨설팅 결과’ 발표 자료의 제목이다. 수치로 드러나는 결과는 제목처럼 나빠 보이지 않는다. 용적률이 현행 대비 평균 182%포인트나 높아져 일반분양이 두 배 수준으로 늘고, 주민부담은 40% 가까이 준다. 이 정도면 공공재건축에 참여해도 괜찮겠다 싶다.
그런데 강남 등 서울 인기 재건축 단지 주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대지 지분 줄어 조합원 자산가치 반 토막 나는 게 뭐가 좋다고!”거나 “임대주택 잔뜩 들어와 교통체증 심각해지고 주거 환경 악화되는데 누가 하겠냐!” 같은 반응 일색이다.
기억해야 할 건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건 제대로 된 컨설팅이 아닌, ‘사전’ 컨설팅 결과란 점이다. 실제 컨설팅을 하기 전 대략적으로 한번 시험삼아 사업성 계산을 해봤다는 거다.
그것도 모두 500가구 미만의 소형 단지 7곳만 참여했다. 서초구 신반포19(242가구), 중랑구 망우1구역(420가구), 광진구 중곡아파트(276가구), 영등포구 신길13구역(266가구), 관악구 미성건영(492가구), 용산구 강변강서(213가구) 등이다. 1곳은 비공개 요청했다. 가구수를 모두 합쳐도 2000가구 남짓에 불과하다.
‘사전컨설팅을 한번 받아나 볼까’ 검토했던 은마아파트, 잠실주공5단지, 청량리 미주 등 대형 단지들은 조합원들 반발로 끝내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컨설팅을 받는 것 자체를 조합원들은 싫어했다.
그렇게 발표한 사전 컨설팅 결과이니 대다수 서울 재건축 추진단지 주민들이 보기엔 특별할 것 없다는 반응이 많다. “작은 단지 대상으로 용적률을 대폭 올려주고 계산하면 당연히 일반분양 늘고, 사업성 좋아지는 것처럼 보이는 데, 그게 무슨 특별한 조치냐”는 것이다.
실제 이번 사전컨설팅 대상 단지는 모두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해 주는 걸 전제로 했다. ‘3종 일반주거지역’은 최고 300% 용적률이 적용되지만, 준주거지역이 되면 500%로 200%포인트나 높아진다. ‘2종 일반주거지역’이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 변경되면 최고 250%에서 300%로 50%포인트 높아지는 수준이지만, 3종 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상향해주는 건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
준주거지역으로 용도지역이 변경되면, 상가 등 비주거시설 비율도 10%에서 5%로 완화된다. 수요가 많은 주택을 그만큼 많이 지을 수 있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사업성은 그만큼 좋아진다. 센터는 기존 방식으로 재건축 하면 생기는 주택 수보다 평균 58%(최대 98%) 늘어나고, 조합원 분담금은 평균 37% 감소한다고 결론지었다.
센터는 이번 결과가 소규모 단지를 대상으로 한 특별한 경우라는 비판을 의식했는지, 1000가구 규모 가상의 단지를 대상으로 모의 분석 결과도 함께 발표했다. 조건은 사전컨설팅 참여 업체처럼 3종주거지에서 준주거지로 용도 변경을 해 500% 용적률을 적용받는다는 최상의 시나리오를 따랐다. 모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1000가구의 이 단지는 가구수가 2240가구로 두 배 이상 늘어난다. 민간재건축(1410가구)이 410가구 정도 늘어나는 것과 비교된다.
기부채납이 총 730가구까지 늘지만 일반분양도 민간 재건축(250가구)보다 두 배 이상인 510가구 많아지니 사업성은 좋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서 전제가 있다. 일반분양 아파트의 분양가를 얼마나 받을 수 있을 지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시세의 절반수준밖에 분양가를 받지 못한다면 일반분양 가구수가 두 배로 늘어난다고 해도 조합원들에게 생기는 이익은 별로 늘어나지 않는다. 최근 강남 등 인기지역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 분양가는 실제 시세의 절반 수준밖에 안된다.
조합원들에게 조금이라도 수익이 나면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가 적용된다. 조합원들은 어쨌든 재건축 사업을 통해 생기는 이익의 일부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이렇게 저렇게 다 뜯기고 나면 남는 게 하나도 없는데 누가 공공재건축을 추진하겠나”라는 게 조합원들의 심정이다.
이는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모의분석 결과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센터는 앞서 사례를 든 모의분석 대상 1000가구 단지 중 한 곳은 분양가를 3.3㎡당 4500만원을 받는다고 가정하고, 다른 한 곳은 2500만원을 받는 것으로 해서 ‘추정비례율’을 산정했다.
추정비례율은 사업을 할 때 추정되는 총수입에서 총사업비와 토지 등 소유자의 종전자산평가액을 뺀 것이다. 100% 보다 높으면 그만큼 이익이 크다는 것이고, 100% 밑이면 손해가 난다는 의미다.
3.3㎡당 4500만원을 받는 단지는 추정비례율이 112.16%까지 높아졌다. 그냥 현재 상태에서 재건축을 할 땐 84.94%로 100% 밑이여서 사업 진척이 안됐던 상황과 비교된다.
이와 비교해 3.3㎡당 2500만원을 받으면 추정비례율이 101.50%로 높아져 어쨌든 손해 없이 사업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되긴 한다. 하지만, 100%를 겨우 넘는 상황이어서 조합원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미미하다. 반면, 조합원 입장에선 여전히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임대주택이 대거 늘어나 주거 환경이 열악해지고, 향후 생기는 이익은 재초환 등 세금으로 떼이는 구조여서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말하자면, 정부가 용적률을 대폭 높여주는 방식으로 공공재건축 사전컨설팅 결과와 사업성 모의 분석 결과를 발표했지만, 조합원들에게 실제 매력적으로 다가올지는 여전히 미지수란 이야기다.
‘공공재건축의 매력, 드디어 나왔다’는 건 조합원들에겐 그저 정부의 홍보 문구처럼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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