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평양 5만가구, 문재인 32만 공급대책 시작 전부터 실효성 논란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주택 공급난에 김정은이 대노했다. 애써 무시했던 ‘공급확대’를 집권 4년차만에 인정한 문재인 정부처럼, 북한도 만성적인 주택공급 부족이 가져온 부동산 불안에 골치아픈 모습이다.
북한도 주택 공급난이 심각했다. 김정은이 직접 나서 주택 건설 계획 목표치를 낮춘 관료를 향해 “보신과 패배주의의 씨앗”이라며 질타할 정도다. 앞서 문 대통령도 “자신있다”고 말한지 1년만에 “송구하다”고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말을 바꾼 바 있다.
12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은 평양 살림집 건설 계획을 낮춘 것을 두고 “보신과 패배주의의 씨앗”이라고 비판하며 “올해 평양시에 1만세대 살림집을 무조건 건설하기로 했다”고 발언했다.
매년 1만세대 씩, 5년간 5만호를 새로 건설하겠다는 김정은의 연초 계획에도 불구하고 당과 정부가 시멘트 등 자제 부족 등을 이유로 목표치를 자의적으로 낮추자, 경제부장을 한 달만에 전격 경질하면서 강도높게 비판한 것이다.
김정은은 지난 1월 초 당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평양시 5만세대 살림집 건설에 역량을 집중해 올해부터 해마다 1만 세대의 살림집을 건설하기 위한 연차별 계획을 세우고, 수도 시민들의 살림집 문제를 기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김정은의 이런 계획은 시작부터 문제에 빠졌다. 조용원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는 지난 10일 “당중앙이 수도시민들과 약속한 올해 1만세대 살림집 건설 목표를 감히 낮춰놓은 문제”를 말하며 “나타난 결함은 일군들이 극도의 소극성과 보신주의에 사로잡혀 당대회의 결정도, 인민들 앞에 한 서약도 서슴없이 저버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 실무자들이 자재난과 시공능력 한계에 연 1만호 건설 방침에 주저했고, 이를 보고받은 김정은이 경제수장까지 한 달 만에 경질하며 대노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북한의 모습은 서울에만 32만호를 골자로 하는 2·4 대책을 발표한 문재인 정부가 정책 시작 전부터 비판과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는 것과 유사하다.
집권 초 부동산 가격 상승 원인을 놓고 ‘공급 부족’을 지적했던 시장과 전문가들의 여론을 ‘투기꾼’으로 무시하고, 증세와 대출 억제 정책을 고집한 문 정부는 4년차만에 전국 집값을 최고 2배 올려놨다. 이에 집권 4년차 시작점에 부랴부랴 대규모 공급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시작 전부터 역시 물량 뻥튀기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는 서울에 32만 가구를 공급하기로 했지만 신축매입 2만5000가구, 비주택 리모델링 1만8000가구 등 4만3000 가구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확실하다고 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역도, 땅 주인·집주인, 세입자의 이해를 조정하는 핵심 문제에 대한 해법도 부족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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